제주 자연과 예술의 조화가 가득한 전국 최초 공공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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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연과 예술의 조화가 가득한 전국 최초 공공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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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의 '행복한 미술'] (1) 문화예술 공공수장고란?

전국최초 제주 건립 공공수장고

전국에서 최초로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공수장고를 건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곳이 어디에 있을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뮤지엄(미술관 및 박물관)의 '수장고'는 '전시실'과 마찬가지로 필수 조건이 되는 중요한 요소인데, 어떤 이유로 '공공수장고'를 운영하는지 알아봤다.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외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외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문화예술 공공수장고'는 2019년 6월 4일 개관했다.

현재까지, 제주도 공립미술관 중 4개소에서 총 403점을 위탁받아 보존 및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곳 작품들의 소장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간구성은 수장고 4개 실(회화실1, 회화실2, 아카이브실, 조형작품실), 보존처리실, 다목적실(전시 및 행사), 사무실로 되어 있으며, 작품 수량은 총 1,500여 점을 소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제주도 공립미술관(제주특별자치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서귀포시립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 이중섭미술관, 추사관)의 각 수장고에서 소장된 작품 비율이 90% 이상으로, 과포화 상태가 되어서 전국에서 최초로 개관한 것이다.

또한, 뮤지엄은 '전시', '수집', '교육'의 기능에 중점을 두었지만, 작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며 지속적인 지원의 중요성과 소장품을 이용한 교육과 체험활동이 주목된 점도 있다. 게다가, 제주는 '섬'이라는 지정학적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 수장전용시설인 '공공수장고'가 지난해 6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개관했다. 사진은 공공문화예술 공공수장고 내부

◆ 공공수장고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떤 기관이 이관하면서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작품이 있는데, 공공수장고에 가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폐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장고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기에, 직접 작품을 확인하러 다녀왔었다고 한다.

역시나 작품 상태가 매우 나빠서 고민이 될 정도였지만, 작품을 인수해서 살펴보니 제주 1세대 작가이자 최초의 서양화가인 김인지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제작되었고 김인지 작가에게 직접 구매했던 이력이 있어서 진품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작품을 보존처리 혹은 복원할 경우 진품 감정을 먼저 진행하여, 진품일 경우에 복원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인데 작품을 매입한 이력까지 잘 보관되어 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 되었다. 김인지 작가가 남긴 작품은 매우 적어서 이런 사례는 제주미술사와 한국미술사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수확이 되었다. 공공수장고에서는 곧, 김인지 작가의 작품을 복원하고 학술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야외 전시장의 원로조각가 김대열의 작품 「대지로부터2」의 보존처리를 공공수장고에 요청하여 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설치작품이 제주 특유의 온난 다습한 환경으로 각종 이끼가 끼고, 조류 분비물이 쌓이면서 감상에 방해를 주고 있었다.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조각작품은 보존처리를 통하여 새롭게 거듭났는데, 작품 상태 점검, 기술자문, 오염물 분석, 클리닝과 수복(修復)의 과정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작품의 재료와 상태에 따라서 클리닝 기법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서 고압세척, 화학처리, 레이저처리 등 다양한 방법 중에서 작품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여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청받은 작품에는 전부 이끼가 껴 있어서 전체가 녹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적합한 진행과정을 통해서 원작과 동일하게 수복했다고 한다.

대지로부터2(처리전), 오른쪽: 대지로부터2(처리후)
원로조각가 김대열의 작품 '대지로부터2'. 사진은 보존 처리전(왼쪽)과 보존 처리후의 모습이다.

앞으로, 문화예술 공공수장고는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위해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할 곳이다. 따라서 공공수장고에서 운영하게 될 내용을 좀 더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미술 시장의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와 신용을 위한 ‘미술품 진품 감정’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우선, 제주 출생 작가를 중심으로 감정 위원과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네트워크를 구축 및 데이터를 축적하여 제주미술사를 위한 기초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로, 미술품전문 운송차량을 준비하여 위탁기관에서 전시할 경우, 소량의 작품 운송을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탁한 미술관의 예산, 전시 준비과정, 행정처리 등을 크게 절약하고 단축할 수 있으며, 작품의 안전한 보관, 포장, 운송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도입 시기에는 제주도 공립기관을 위해서 운영하면서, 안정화가 될 때는 비용을 받고 사립 기관, 프로젝트 기획, 작가 등도 이용하게 된다면 균형적인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입구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입구

마지막으로, '자나 깨나 불조심'이란 문구가 유행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좋은 소장품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잘 지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동시대에서 '보완(security)'의 단계는 자동화 시스템과 전문 업체의 발달로 인해 최첨단이라 불릴만하다. 이제는 건축물과 작품의 보험 가입 절차도 간편해졌으며, 예산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기에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장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완을 잘 유지하는 것이 공공수장고의 기본적인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공공수장고의 소중한 작품들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필요하고 알맞은 역량을 갖춘 인재가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등록담당(Registrar), 보존처리(conservator), 소장품 관리자(collection manager), 기록보관(Archivist)'등에 관련된 전문인력이 증원 배치되는 것이 간절하다고 본다.

위와 같이 체계적인 운영이 반영된다면, 결국에는 공공수장고가 전국 최초로 탄생한 이슈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게 되고, 제주 문화와 예술계의 발전 역할에서 허브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장고'는 미술품(유물 및 문화재 포함)의 재질과 종류에 의해 온도, 습도, 조도, 유물의 크기, 중량, 활용도에 따라서 보관되는 위치와 상태가 달라진다. 수장고에서 소장품은 철저한 시스템에 맞추어 보호하고 보존되는 것이다.

수장고는 일반에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엄격하게 출입을 제한하는 곳으로 안전과 보완이 유지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은행의 출입은 자유로워도 금고의 출입이 제한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중에게 비밀공간인 수장고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낯설면서도 반갑게 다가오는데,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다음 편에는 문화예술 공공수장고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선들; 기억, 우리, 공간'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정희 디렉터>

<한정희의 '행복한 미술'>코너는?...

한정희 디렉터 ⓒ헤드라인제주
한정희 디렉터 ⓒ헤드라인제주

한정희의 '행복한 미술'은 다양한 기관의 전시 · 기획자 · 작품 · 작가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문화예술인들의 지위를 향상하면서 미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에서 연재됩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미술이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연재를 읽고 작품을 감상하는 계기 마련과 미술을 통해서 개인의 행복한 일상을 마주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정희 디렉터가 총괄 기획한 전시로는 2019 제주국제평화센터 '평화의 꿈' 및 'DMZ 평화 생명의 땅', 2018 제주해짓골아트페어, ICC JEJU 아트&아시아 제주 2015 쇼케이스, 2015 서귀포예술의전당 전시실 개관기획전, 2015/2016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마련전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 기획, 언론 기고, 미술 연구조사, 미술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정희 디렉터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과 졸업

예문사 「학예사를 위한 소통하는 박물관」 공저

주경야독 문화재아카데미 ‘한국미술사’ 강사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운영위원

삼매봉도서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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