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주 사진작가, 4.3유품 '기억의 목소리' 사진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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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주 사진작가, 4.3유품 '기억의 목소리' 사진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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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주 사진작가의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헤드라인제주
  고현주 사진작가의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헤드라인제주

고현주 사진작가의 4․3 유품 사진 작업이 '기억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기억의 목소리'는 작가가 2년 가까운 시간동안 20여 명의 유가족의 유품과, 제주4.3평화재단 수장고의 일부 소장품을 촬영해 엮은 사진집이다. 

사진집에 나온 시와, 인터뷰 글은 유가족 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허은실 시인이 함께 했다. 

책에 실린 유품은 푸른 녹이 슨 부러진 숟가락, 낡은 고무신, 할머니의 물빛 저고리, 관에서 처음 본 어머니의 은반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초상화,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빗, 사연 많은 어머니의 재봉틀 등 70년 이상 바스러져가는 4.3유족의 사물들이다. 

고현주 작가는 "이 유품들은 혼자 시간의 더께를 입고, 버려지거나, 날카롭게 흔적만 남기고 떠도는 4․3의 역사적 현장을 증언하는 물건들"이라며 "ㅇ번 사진작업은 70년이 넘도록 아픈 역사의 시간들을 뚫고 나온 사물들의 봉인된 기억에 빛을 쬐이는 작업이었고, 바스러져가는 사물들을 통해 다시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제주 4.3의 참혹하고 비극적인 참상을 알리기보다는 개인의 일상이 깨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이고 절망인지 사물을 통해 개인의 일상을 바라보았다고도 했다. 

고 작가는 이어  "이번 개인의 서사가 기록으로, 기록이 역사로, 역사가 문화가 돼야 시대의 상징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며, 나아가 “왜 중심의 이야기보다 주변의 이야기가, 집단보다 개인의 서사에 주목해야 되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사진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작가노트를 통해, "기억이란 ‘상실의 추억’이 아니라 ‘적극적인 애도의 실천’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이고, 잊지 않는다는 것은 그 기억의 실천을 통해서 현재를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책의 서문에서  “유품으로 남겨진 사물들은 산 자들에게 죽은 이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매개로 작동하는 한편 한때 지상에서의 고단한 삶을 살았던 생의 모든 이력을 저 사물의 피부위에 날카롭게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남겨진 모든 사물은 고형으로 굳어진 문자이거나 응축된 시간, 낱낱의 생의 순간들이 결정화된 것"이라고 평했다.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이 책을 발간한 사단법인 제주국제화센터 송정희 대표는 "이번 책은 한글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번역된 한영 사진집"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화예술 작업과 4․3을 접목하여, 제주 4․3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해외 전시나 홍보에도 연계할 게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유품사진들은 오는 9일부터 내달 9일까지 제주4․3평화재단 전시실(2층)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고현주 작가는 책과 전시를 통해 앞으로 이 사물사진 작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전시회 첫날인 9일 오후 3시에는 전시오프닝 및 작가와의 토크가 예정돼 있다. 오프닝 참석자에게는 무료로 책이 증정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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