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옥의 요양원일기](1)노인 요양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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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요양원일기](1)노인 요양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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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그덕~ 드그덕~
새벽 6시가 되면 어르신들이 워커를 밀고 다니며 복도에서 보행 운동하는 소리다. 요양원 기숙사에서 지내는 나에게는 아침을 시작하는 알람소리이다.

출근 준비를 하고 복도를 나서면 어르신들 모두가 활짝 웃으시며 “잘 주무셨어요”하고 인사를 하신다. 그럴 때 마다  나는“예 어르신들 잘 주무셨어요”하고 인사를 하곤 사무실로 내려간다.

처음 기숙사에서 생활 할 때가 생각난다. 치매가 있으신 모 어르신께서 나의 손을 꼭 잡으며 “이그! 넌 누가 버려시니~ 어멍이가 아방이가~”하시며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혀를 치셨다. 주변에 같이 앉아 계셨던 어르신들과 케어선생님 모두가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입소 상담 시 본인이 원해서 요양원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어르신 스스로 요양원에 입소하시겠다고 전화상담 및 보호자와 함께 동행 하여 직접방문상담을 많이 하시는 편이다. 우리요양원에도 입소 어르신 중 10%가 스스로 원해서 입소한 경우다.

아침 8시가 되면 어르신들과 아침식사와의 ‘힘겨루기’로 시작된다.

어느 집이든 아침시간은 정신이 없을 터이지만 요양원의 아침시간에는 식사를 이유 없이 안 하신다며 징징거리시는 어른신이 계신가 하면, 식사시작 전에 바지에 대․소변을 바지에 싸버리시는 어르신, 먼저 1등으로 드시겠다고 소리 지르시는 어르신, 반찬 투정하는 어르신들을 케어선생님들은 어린 아리들을 달래듯 달래며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애쓰시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곤 한다.

본격적인 요양원의 하루가 이렇게 시작된다.

이어 오전 10시가 되면 어르신들의 오전 운동시간이다. 각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 운동실로 어르신들이 한분 두분 내려오기 시작한다. 늘 내려오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처음 내려오시는 듯 반응을 한다.

우리 요양원은 전체어르신들 중 80%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모 어르신이 나를 보며“이모한테 인사도 안하고 .겅허문 안되주게”눈을 흘기시며 오늘도 변함없이 나에게 말씀을 건네신다. 나 또한 처음 듣는 것처럼 “이모 잘 주무셔수광~ ”하며 하루에도 10번 이상 똑같은 인사말을 건낸다. 일상적인 생활 중 하나이다.

12시! 땡! 땡!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맛있게 드신 어르신들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으로 이동하신다. 양치질을 하시고 난 뒤 어르신들은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워 나가신다.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어르신들 표정만큼은 100분 토론의 토론자만큼이나 진지하시다.

2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시간이 지나고 맛있는 간식시간까지 지내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

▲ 김명환 원장
를 만큼 바쁘게 지내신다.

퇴근을 하고 기숙사 계단을 올라 갈 때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힘들어서 나오는 한숨은 아니다.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한 ‘감사의 답례’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게 되면 난 또 “어르신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인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감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 박금옥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 생활복지사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에 집 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 양로원에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전공과목도 사회복지과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6년째다.

그동안 그녀는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하던 중 노인시설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주게되면서  현재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게 된지 1년 7개월째다.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은 지난 2005년 9월 2일 봄이 가장 먼저 오는 따뜻한 남쪽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에 자리잡고 현재 50명의 어르신과 20명의 직원들이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그녀를 통해 바로 이 곳 요양원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애독과 성원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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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순 2021-04-20 11:43:23 | 210.***.***.109
요양원의 하루 일과가 보는듯 잘 그려져 있는 글 잘봤습니다
수고하신다는 말씀 드리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