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이야기] 필리핀과 제주의 여성들, 군사주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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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야기] 필리핀과 제주의 여성들, 군사주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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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 제주시 W스테이지에서 <필리핀과 제주의 여성들, 군사주의를 말한다>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성게.
지난 5월 9일 제주시 W스테이지에서 <필리핀과 제주의 여성들, 군사주의를 말한다>를 주제로 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평화를 위한 여성 협력자들 국제 위원회> 회원인 필리핀 여성 평화활동가 : 코라존 파브로스(필리핀 인권 변호사), 메르시 앙헬레스(평화활동가), 프리실라 털리펫(사회복지사, VAWC훈련/상담가)와 제주지역 여성 활동가 : 고명희(제주여성인권연대부설 제주여성자활지원센터장), 복희(만화가, 문화기획자, 강정평화활동가)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코라존 님은 필리핀에서 미군 철수 이후 양국간 체결된 협정에 대해 언급했다. 이 협정으로 인해 필리핀 군기지가 미국의 군사기지로 활용되고 오히려 미군 철수 이전보다 주둔 지역이 넓어진 것이다. 필리핀 정부와 미군의 입을 모아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평화활동가들은 계속해서 군사 폭력에 대해 저항행동과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으며 하와이, 오키나와, 강정, 괌 등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역과 연대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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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9일 제주시 W스테이지에서 <필리핀과 제주의 여성들, 군사주의를 말한다>를 주제로 간담회가 있었다. 사진=성게
메르시 님은 <평화를 위한 여성 협력자들>이 가진 평화 구축을 위한 계획들을 주제로 이야기 했다. 전 세계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일하는 여성들과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음악, 춤, 시, 연극, 공예 등 문화 예술의 형식을 통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침묵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실라 님은 1991년 미군기지가 폐쇄되기 전 여성단체들이 15명의 기지촌 여성들을 조직해 훈련했던 활동을 소개했다. 이 활동을 통해 당시 335명의 "성 노동자"를 인터뷰해 미군에 의한 성매매 실태를 조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집회를 열어 실제 작업 환경 개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한다. 당시 조직된 15명의 성매매 여성들은 현재 여전히 해당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세 명은 대학에 진학했고, 또 한 명은 아메리아시안 어린이들의 양육권을 얻어 아이들을 돌보며 권리 옹호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전하였다. 

고명희 님은 ‘제주 여성의 삶과 저항, 현재와 역사를 말하다’를 주제로, 제주 여성에게 제주 4.3은 정명의 과제를 넘어선 젠더 폭력으로서 공동체 안에서 감내해야 했던 제노사이드이고 이러한 젠더적 관점의 재해석을 통해 항쟁 주체로서의 제주 여성 불러오기가 시급하다고 하였다. 또한 현재 전세계에서 활발히 벌어지는 #metoo 운동이 제주 지역 여성들에게는 지역적, 역사적, 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 흐름과 결이 다름을 지적했다. 

이러한 과제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군사화라는 일상 공간의 변화가 제주 여성들의 삶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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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혜영.
복희 님은 강정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배운 평화를 이야기 했다. 

SNS를 통해 만난 강정의 이미지는 '투쟁하는 여성들'이었다며 강정에 함께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여성 활동가들이 실천하는 동등한 관계의 추구, 생태적 생활방식, 여성주의적 관점 등을 통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평화운동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민과 지킴이의 관계, 그 안에 젠더권력과 더불어 이중적으로 작동하는 문제를 통해 설명하고 소수, 약자의 목소리를 배제하거나 혹은 그에 침묵하면서 이루는 평화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상 속 성차별과 젠더권력을 부수기 위한 실천들이 군사기지를 부수기 위한 실천과 다름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군사주의가 야기하는 많은 문제들이 여성을 대상으로한 폭력으로 드러남에도 평화운동의 양상은 여전히 남성중심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경우가 많다. 이날 두 나라의 활동가들이 나눠준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들로 서로를 향한 연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며 참여자들의 평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아해>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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