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관광단지 절차적 논란 조사, 결국 '맞춤형' 판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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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관광단지 절차적 논란 조사, 결국 '맞춤형' 판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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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법리 해석'으로 갈음한 감사위원회 조사
사실조사 없이 자의적 법률적 판단...'유권해석' 기관인가

제주도 개발사(史)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난개발 및 환경훼손 논란에 휩싸인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21일 '유권해석'과 같은 이례적 판결을 내렸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행정절차 위반 및 '봐주기' 특혜의혹에 대한 조사를 청구한데 따른 것이다.

조사가 요구됐던 쟁점은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결과 번복과정의 절차적 하자 △제주특별법 및 지하수법을 위반한 지하수 관정 양도.양수 △신규 편입부지의 ‘사전입지검토’ 절차 누락의 문제 등 크게 3가지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공개된 감사위의 조사결과는 한마디로 '법적 문제 전혀 없음'으로 귀결됐다. 제기됐던 어떤 논란도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절차적 논란으로 골치를 앓았던 제주도정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사결과 내용을 보면, 감사위가 정말 제대로 조사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제기됐던 논란 어느 것 하나 사실적 관계, 도민사회 논란과 의혹 초래를 야기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판단'으로 갈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가 요구된 사항에 대한 당사자 대면조사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면자료를 갖고 법률적 판단, 즉 '탁상 조사'만 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조사'를 요구했는데, 감사위는 마치 '유권해석' 기관 내지 법원 판사라도 된듯 행세한 모양새다.

제기된 논란사항 각각의 절차적 진행과정의 내용에 대한 사실적 조사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번지수'를 잘못 찾은 셈이다. 유권해석이 필요했다면 구속력 있는 법 해석을 받기 위해 국가기관이나 법원에 의뢰했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감사위에 법리 해석을 맡겼으니 말이다.

물론 위법성 내지 부적정한 업무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률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의 3대 쟁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집행기관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맞춤형'으로 작성됐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 심의결과 번복, 법적 문제 전혀 없다?

첫째,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가 심의결과를 번복한데 대한 절차적 논란에 대해서도 '법적 문제 없음' 또는 '월권행위라거나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움'으로 결론을 내렸다.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일까.

환경영향평가심의회의 최초 결정은 지난해 9월21일 이뤄졌다. 당시 회의 결과 위원 중 8명의 의견으로 '조건부 동의'(4명은 '재심의' 의견)가 결정됐다. 조건부 사항으로는 심의위원회가 공개 합의한 '하천 양안으로부터 30m 이격하여 개발한다'는 사항 및 '신규 추가 부지내 콘도 시설 제척할 것' 등이 명시됐다.

그러나 불과 며칠이 지난 후인 10월4일, 환경영향평가서 심의보완서 검토회의가 다시 개최돼 조건부로 제시됐던 사항 중 신규 추가 부지내 콘도시설 제척할 것 등 3건이 '권고사항'으로 돌연 변경됐다. '조건부 동의' 취지에 불부합하다는 것이 이유다.

감사위는 이 번복 재심의가 정당한가 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조사 요구에 대해 두가지 측면의 이유를 들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중 하나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번복 재심의는 환경영향평가법 및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31조에서 정하고 있는 '조정 요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감사위가 정확히 해석을 했다고 치자. 그러나 이어진 다른 하나의 이유, 즉 번복결정의 월권행위 및 번복사유의 부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지나친 '자의적 해석'이 가미됐다.

"최초의 심의결과에 대해 기속되거나 1회로 한정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조례에서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치는 사항'을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을 이유로 들며 재차 회의를 소집해 종전 결정을 번복한 것은 월권행위라거나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이는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지나치고 억지성이 강한 광의적 해석에 다름없다. 형사소송법은 물론 국회나 의회에서도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은 공히 적용되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한번 결정을 내린 의결사항에 대해 보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회의를 소집해 번복 결정은 하는 것은 일반 시민의 법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감사위는 '심의의결이 1회로 한정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해 번복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오류를 범했다. 설령 법률이나 조례에 명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절성 여부는 일반적 상식에 준해 판단해야 한다.

규정이 없다고 해서, 수시 번복결정을 용인한다면 심의기구의 존치 필요성이 있는가.

또한 감사위가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치는 사항'이 규정돼 있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은 명백한 해석의 오류이다.

환경영향평가 조례 제18조는 심의위원회의 심의사항을 규정한 조문으로, 이의 내용은 1. 제출된 평가서에 대한 사항 2.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에 관한 사항 3.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회의에 부치는 사항으로 돼 있다.

이 때의 3항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치는...'의 심의사항은 1항과 2항을 제외한 '기타' 부의사항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환경영향평가서 심의나 환경영향평가제도 이외의 다른 사항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감사위는 마치 이 3항의 조문이 '번복 재심의'를 소집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 지하수 양도.양수 '적법한 승계'?

둘째, 오라관광단지의 논란사항 중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지하수 양도.양수 및 개발.이용허가 관련에 대해, 감사위는 이해하기 어려운 해석을 내놓았다.

"사업자인 JCC(주)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승인 취소 전에 지하수법 제11조에 따라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자의 권리.의무를 적법하게 승계 받은 후 같은 취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지하수법 제10조 제1항 제7호가 규정하고 있는 '허가를 받은 목적에 따른 개발.이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로 보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허가를 취소해야 할 사유로 볼 수 없음."

이 조사결과 보고서의 문구 중 '적법하게 승계 받은 후 같은 취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라는 표현은 감사위의 월권적 해석이다.

이 논란은 민선 6기 제주도정이 사업시행 승인 취소과정에서 제이씨씨가 이전 사업자인 극동건설과의 양도.양수를 인정해주면서 불거졌다.

오라관광단지 사업은 최초 1999년12월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았으나, 그동안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2014년 12월 개발사업 시행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제주도정은 2015년 2월4일 사업자에게 시행승인 취소에 따른 청문실시를 통보했고, 그해 5월 시행승인을 취소 처분했다.

기존 사업계획 자체가 완전히 '소멸'된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서 이뤄진 일이다. 문제는 시행승인 취소를 위한 청문이 통보된 이틀전인 2015년 2월2일 지하수개발.이용자 권리.의무 승계신고서를 접수받았다.

당시 제주자치도는 사업자의 개발사업 시행기간 연장 요청도 거절하고, 사실상 사업승인 취소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사업시행 승인 취소를 하는 과정에 지하수 관정의 제3자 양도.양수를 묵인하는 일이 벌어졌다는데 있다.

원희룡 도정이 전임 도정에서 추진하던 이 사업에 대해 '승인취소'라는 강경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양도양수를 인정하며 사업자 편들기를 하는 이중플레이를 한 것 셈이다.

사업 승인이 취소되면서 9개의 지하수 관정은 허가를 받은 목적대로 이용이 불가능하게 됐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감사위는 사업시행 취소과정에서 벌어진 이 이해못할 일을 오히려 두둔하는 듯, '적법한 승계'라는 표현을 쓰며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일축해 '맞춤형 조사'라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 사전입지 검토 누락 문제 안돼...'기준안'은 안 지켜도 그만?

셋째, 오라관광단지 부지의 사전입지 검토 절차 누락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오는 2021년까지 약 6조2800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오라동 357만5753㎡ 부지에 휴양콘도와 관광숙박시설, 에코 마이스 센터, 테마파크, 상업시설, 18홀 골프장 등을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제주도정은 마치 새로운 사업자가 기존의 권리를 양도.양수받은 것으로 인정하며 환경영향평가 심의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이 때문에 '사업자 편들기' 논란이 크게 일었다.

기존 사업에 비해 10만㎡ 이상의 부지가 늘어남에 따라 사전입지 타당성 검토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감사위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면 사전입지검토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의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라는 이해못할 판단을 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위법성의 근거로 제시한 '사전입지검토 기준'에 대해서는 "필수적 절차가 아닌 임의적.선택적 절차"라는 말로 사전입지 검토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행정기관 종합감사에서는 '지침'까지도 엄격히 적용해 부적정한 업무사례를 적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감사위의 해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앞으로 사전입지검토 없이 개발사업이 진행되더라도 감사에서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이 된다.

결국 이번 감사위의 조사결과는 사업자 편들기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정에 정당성 명분을 부여하기 위한 '맞춤형'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권해석 기관을 어설프게 흉내내며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감사위를 누가 신뢰할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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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2017-02-21 18:01:33 | 211.***.***.210
기자님은 법률가세요? 아니시면 왜 본인이 맞춤형 판결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시는지 의문이네요...아님 말고식 의혹제기가 결국 여기까지 몰고 왔는데요
지난번 쓰신 오라단지 기사들도 대부분 사업자,찬성주민, 도정쪽 비판 기사들만 쓰시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