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2)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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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2)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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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미 객원필진

내가 사는 제주에서는 집에서 다락방을 찾아볼 수가 없는 곳이다.
다락방이란 존래를 알게 된 것은 나이가 들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였다.

그리고 나는 그 글들에 나오는 지붕 처마 아래 작은 창을 통해 언제나 볼 수 있을 푸른 밤하늘에 반짝이는 북극성이나, 촛불을 밝히고 배를 깐 채, 함께 순정만화를 들척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릴 친구를 무척이나 그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추억을 만들기에 우리 집은 다락방이 존재하지 않았기도 했지만, 제주라는 비바람 많은 곳에서 납작하게 땅을 향해 절을 하듯 앉아 구부정하게 등에 진 돌담과 키 재기를 하고만 있는 집에 아버지가 만세를 하면 손이 쑤욱, 하고 닿아버리는 천장을 둘로 나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이상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또한 나이가 한참이나 든 후였다.

하지만....
어떤 책에선가 보았던 것처럼 다락방에 올라가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작게 뚫린 창을 통해서 보게 되는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빛들이며 어머니의 치맛자락처럼 포근한 달빛이 스미는 공간에 들어앉아 친구들과 속닥속닥 속삭거리며 밤을 지새우고 싶었던 그리움...

친구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내게 다락방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리움 가득 담은 친구를 만나게 해줄 것만 같은 길과 같은 의미였던 것 같다. 

걸음이 버겁고 힘겨운 나에게 길이란 것은 그저 내가 갈 수 없는 땅바닥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한 편으로는 늘 닫혀 있기만 한 내 시간의 빗장을 밀어 열고 다가올 어떤 알지 못할 향수와도 같은 기대감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저 길을 나가면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알지 못할 기대감과 치기어린 방종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설레임 같은 것들.....
하지만 막상 길을 떠나겠다고 쥐어지지 않는 두 주먹을 쥐어 무디고 서툰 두발로 바닥을 딛고 서자, 거기에는 길을 걷는 데 갖춰야 하는 것들은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였다.

한 번도 땅을 디뎌본 적 없는 하얀 맨발. 
지도 한 장, 나침반 하나 없는 빈손.
성냥 한 알, 초한자루 없는 빈 등.

인적 없는 빈 길에 서 있는
내 가슴에는 좀 먹다 남은 외로움뿐.....

먼 길 가기엔 가진 것 하나 없이 빈 나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락방으로 가는 길을 찾아 앉은 자리를 두리번거려보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할 그리운 향수와의 시간을 위해....
오늘도 나는 초와 성냥을 산다.....

<강윤미 /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필자인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아랏벌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그러나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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