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못한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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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못한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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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영화 '귀향(鬼鄕)'을 보고 나서

며칠 전 지인이랑 같이 영화 한 편을 봤다.

처음에 들었을 때에는 서정적인, 이를테면 전원생활의 삶을 표현한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팸플릿을 자세히 보니 내가 생각했던 뜻과는 전혀 달랐다. ‘귀신[鬼]’, ‘고향[鄕]’. 귀신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 아닌가. 소름이 돋았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고, 웃음이 많았던 열네 살 주인공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 순사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됐다. 거기서 또래 친구를 우연히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지낸다. 일본군에게서 모진 고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짧은 생을 마감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와 관련된 책도 읽고, 텔레비전 드라마도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했다. 약 12억 원이라는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했으며, 그중 50퍼센트 이상은 시민들의 도움도 받았고,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들도 모두 재능기부에 동참했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시사회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눠졌다고 한다.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눈물로 사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강경파들은 엉터리 영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애끓는 몸짓으로 죽어 간 넋을 부르는 장면이 펼쳐졌다. "내 몸은 돌아왔어도 내 마음은 차마 못 돌아왔다"는 말에 전쟁으로 일본군에게 끌려가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짓밟히고, 중국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죽어 돌아오지 못한 어린 영혼들도 많다는 얘기에 내 가슴이 먹먹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을까. 옆 좌석에 앉은 사람들 중에는 흐느끼듯 연신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의 막이 내려지고 나오려는데, 조금 전 마지막 대사가 내 귓전을 울린다.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이성복 객원필진>

 이성복 수필가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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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복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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