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장애인 사전투표 방해 논란...그날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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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장애인 사전투표 방해 논란...그날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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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에 수차례 '모멸감'...결국 투표 포기
"투표보조인 절차도 몰라?...인권위 제소 강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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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제주장애인인권단체연석회의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선거사무원이 투표장에 온 한 중증장애인의 투표행위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과 제주도장애인부모회로 구성된 제주장애인인권단체연석회의는 11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9일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노형초등학교를 방문했던 중증장애인 최한승 씨(23.여.뇌병변장애)에게 벌어진 상황을 폭로했다.

이날 회견에는 당사자인 최한승 씨를 비롯해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 강경균 제주도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 등 제주도내 장애인 활동가 10여명이 함께 참석했다.

제주장애인인권단체연석회의가 최한승 씨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9일 어머니와 함께 사전투표소인 노형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어 이들은 투표소에 입장해 신분증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마친 후 선거사무원에게 투표보조인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뇌병변 장애에 따른 근육강직 등의 증상으로 기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서도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사무원은 최 씨와 그의 어머니에게 최 씨가 직접 투표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여부를 수차례에 걸쳐 확인했다.

또 이 과정에서 선거사무원과 정당 참관인은 최 씨의 어머니에게 가족관계증명서와 최 씨가 장애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복지카드 소지여부에 대해 확인절차를 요구키도 했다.

이에 최 씨 어머니는 "신분증만 가지고 사전투표소를 방문하면 사전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해당 선거사무원은 배석한 정당 참관인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최씨는 모멸감만 느낀 채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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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최한승 씨와 강경균 제주도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 ⓒ헤드라인제주
최 씨는 이날 회견에서 "엄마가 먼저 투표한 후 엄마와 함께 투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혼자서는 투표를 못해서 엄마와 함께 투표를 하려고 하니까 투표를 못하게 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장애유형, 장애등급, 장애인복지카드 등 여러가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무 당황했다. 엄마는 화를 냈고, 나는 울부짖었다. 투표를 안 하고 싶었다. 기분이 나빠서 투표를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 왔다"고 밝혔다.

제주장애인인권단체연석회의 측은 "공직선거법에 관련 조항이 있음에도 선관위는 이를 인식하지 않아 장애인의 투표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이는 선관위의 직무유기이자 장애인참정권보장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석회의 측은 "장애인의 참정권을 가로막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또 "제주도 선관위는 이번 중증장애인 참정권 침해와 인권침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 놓으라"면서,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이해도 없이 별도 서류를 요구하고 투표가능 여부를 확인한 정당 참관인과 해당 정당도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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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2016-04-11 16:45:21 | 27.***.***.5
'혼자서는 투표를 못해서 엄마와 함게 투표를 하려고 하니까 투표를 못하게 했다'의 기사에서 오타가 눈에 띄네요..
'함게 - 함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