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의혹에 해명요구...제주현안 입장차 팽팽
이날 밤 11시 제주MBC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서귀포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서귀포시 선거구 후보자 토론회는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곧 이어진 설전에 분위기는 한순간에 달아 올랐다.
토론회는 위성곤 후보의 맹공세로 포문을 열었다. 위 후보는 강 후보에게 최근 불거진 재산은닉 의혹과 함께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던 허위사실 발언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구하며 강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강 후보는 진땀 깨나 뺀 모습이었다. 그러나 강 후보도 이내 곧 위 후보의 제주도의원 시절 성과 등을 문제 삼으며 반격을 가했다.
제2공항 건설사업, 경제활성화 등 제주현안에 대한 후보자 간 입장차도 팽팽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문제제기로 불거진 강 후보의 재산은닉 의혹이 본격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 직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이와 관련해 제주도선관위에 공식 이의제기서를 제출한 터라 더욱 그러했다.
위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강 후보가 현물출자로 아들 명의의 법인 주식을 취득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는 등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에 강 후보는 즉답을 피하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위 후보는 "장남이 있는 회사에 서귀포시 신례리 땅을 현물출자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땅은 몇 필지인가?"라고 운을 뗐다. 이에 강 후보는 "앞서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위 후보는 "성명에는 11필지라고 나와 있다. 맞느냐?"고 거듭 물었고, 강 후보는 "의혹이 있으면 선관위에 수사 의뢰를 하라. 왜 그걸 이 자리에서 말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위 후보는 "현물출자를 했으면 주식이 있을 텐데 재산신고상에는 없다.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하자, 강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기자회견하라"고 계속 답변을 꺼렸다.
위 후보는 "그래서 지금 묻는 것 아니냐. 답을 해 달라. 주식은 어디 있느냐?"고 재차 물었고, 이에 강 후보는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위 후보는 "신고 의무가 있다. 비상장 주식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제주시 을 새누리당)부상일 후보도 신고했다. 왜 신고를 안 했느냐?"고 강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강 후보는 "메니페스토상을 받은 사람으로서 졸렬하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 후보는 거듭된 질문에 "2005년 전에 매입한 토지다. 지난해 9월쯤 아들이 법인 하나를 만들겠다고 해 출자 전환했다. 법인을 만들려면 주주가 있어야 한다. 30대 중반인 아들을 누가 믿고 투자하겠느냐. 그래서 제가 들어간 것이다.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 후보는 "강 후보 아들의 경우 9억원 가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들도, 후보자도 신고하지 않았다. 재산신고 누락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선거법 위반에 당선 무효까지 가능한 상황"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강 후보는 "알고 있다"는 짧은 답변으로 응수했다.
다시 돌아온 위 후보의 주도권 토론에서는 최근 강 의원이 유세 중 허위사실 유포로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 공방이 이어졌다.
위 후보는 "유세 중 '총장까지 해 본 사람'이라고 말해 선관위로부터 허위사실로 판명됐다. 이와 관련해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강 후보는 "경고 받았다. 이렇게 몰아세우면 안 된다. 유세할 때 앞서 '총장에 당선됐지만...'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위 후보는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냐?"고 하자, 강 후보는 "약점을 잘 파고 들어가는데, 그렇다. 경고 받았다. 즉흥연설을 하다 보니, 리듬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 "내용도 모르면서 공약, 이건 뭐 초등학생인가?"
이어 위 후보는 강 후보의 중소상공인 사업기반 안정화 공약을 언급하며, "면세점 및 카지노 지역기여도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면세점이 내는 관광진흥기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강 후보는 "잘 모르겠고,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이에 반대하나? 그건 아니잖느냐"고 답했다.
위 후보는 "이런 정책을 발표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어느 만큼 올리겠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현재 면세점으로부터는 관광진흥기금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상향조정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강 후보는 "0%지만, 1%만 올려도 상향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고, 위 후보는 "국회의원 후보가 정책을 발표했으면 구체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고, 어느정도 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해야 되는 것 아니냐. 무조건 하겠다? 이건 뭐 초등학생인가?"라고 꼬집었다.
강 후보는 "할 말 없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관광진흥기금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큰 틀에서 봐 주시면 좋겠다"고 정리했다.
이어 위 후보는 강 후보에게 스스로 공약한 고용영향평가제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강 후보는 "지역주민을 얼마나 많이 고용해서 어떻게 지역에 이바지할 것인가에 대한 큰 틀에서 그렇게 가야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위 후보는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도대체 그 공약이 뭔가?"라며 되물었고, 이에 강 후보가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답하자, 위 후보는 "뭐냐고 묻는데 하면 될 것이라니"라고 설전을 이어갔다.
위 후보는 "사실 저와 공약이 같다. 개발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고용 형태, 임금의 질을 사전에 고지하고,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한 이후에 개발사업을 승인하는 제도"라며, "공약해 놓고 모르면 유권자는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강 후보는 "큰 틀에서 말해야지..."라고 말끝을 흐렸고, 위 후보는 "강 후보는 공약을 120개나 했다. 제가 묻는 두 가지 공약도 설명하지 못했으면서 120개 공약을 하겠다? 어느 유권자가 믿겠나. 전 믿을 수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 강지용 "전 농업.경제전문가"...감귤.FTA 파상공세
강지용 후보의 주도권 토론 순서가 돌아오고, '농업.경제전문가'를 자청한 강 후보의 반격이 이어졌다. 강 후보는 감귤, FTA 현안을 중심으로 위 후보를 압박했다.
강 후보는 "저는 농업경제전문가다. 위 후보는 전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으로 지난해 올해 예산심의를 했었다. 올해 예산을 얼만가?"라고 운을 뗐다. 위 후보는 당황한 듯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강 후보는 "자기가 2년 동안 심의했던 예산을 모른다. 어떻게 도의원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럼 올해 감귤특작과 예산을 얼마인가?"라고 묻자, 위 후보는 "얼마죠?"라고 되쳐 물었고, 강 후보는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300억이다"라고 말했다. 위 후보는 질 수 없다는 듯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 후보는 "내년 감귤 수매지원 예산은 얼마인가?"라고 묻자, 위 후보는 "증액됐다. 4만톤 수매계획에 20억원 정도 편성됐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걸핏하면 감귤농가들이 다시는 눈물 흘리지 않게 하겠다고 했는데, 감귤대란이 발생했다. 가공용 수매 예산을 잘 알아야 한다. 알아서 찾으라"고 지적했다.
또 강 후보는 "제가 감귤농가 특별재해지역 선포해 달라고 서명할 때 어디 있었느냐. 서명은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위 후보는 "서명했다. 제가 남원읍 농민들과 함께 대책을 요구하면서 도청 광장에 있을 때는 어디 계셨느냐?"고 반격했다.
강 후보는 FTA 대응 문제를 언급하며, "제주도가 2020년까지의 FTA대응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몇개 분야에 얼마가 투자되고, 어떤 경쟁력이 강화되는지 아시는 대로 말해 보라"고 위 후보를 압박했다.
위 후보는 "시험을 보는 것 같다. 국회의원 정책토론회다. 국회의원 후보에 걸맞는 질문을 해 달라. 제가 학생도 아니잖느냐.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다. 감귤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어 보라"고 반발했다.
강 후보는 "제가 물어보니 시험보듯이 한다고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이래선 안 된다. 도대체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으로서 무얼 했는지 공부를 좀 하라. 제대로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입지선정 논란, 제2공항 주민갈등 해소 방안은?
입지선정 과정에서의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후보간 입장차가 드러났다.
강 후보는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아마 7~8월이면 조사 결과가 나오고, 이후 기본설계와 토지매입이 진행될 것"이라며, "하반기쯤 되면 토지수용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것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사업의 조속한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위 후보는 입지선정 과정 상의 문제해결에 중점을 뒀다. 위 후보는 "입지예정지가 전격 발표되면서 마을에 각종 의혹이 일어나고 있다. 빨리 가려면 천천히 생각하라고 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주민들이 제기한 의혹을 해결해야 빨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위 후보는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와 제주도당국, 주민 반대대책위원회, 갈등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면서, "대책기구를 통해 관련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 경제활성화...강 "국책사업 따라" vs 위 "개발사업 따라"
산남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렸다.
1차산업 활성화에는 뜻을 같이 했지만, 일자리의 경우 강지용 후보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과 제2공항 등 국책사업, 위성곤 후보는 대규모 개발투자사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강 후보는 "강정에 들어설 민군복합형관광미항과 성산에 들어설 제2공항 등 산남지역의 대형 국책사업들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 후보는 "현재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주민들이 제대로 고용되지 않고 있다"며, "주민의 80%를 고용시키는 주민고용우선제, 고용 이전에 급여수준 등을 결정하는 일자리영향평가제 등을 추진하겠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 OX 이색 질문..."다음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
토론회 초반 긴장감을 풀기 위한 OX 이색 질문이 이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질문은 '나는 이번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
강 후보는 "오늘 이 자리에서 너무 가혹한 질문"이라면서도, "이번에 뜻을 이루지 못하면 모든 것을 접고 야인으로 돌아가 감귤농사도 짓고, 소주도 한 잔 마시면서 유유자적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번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다음 총선 출마는)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 본 후 그 때 가서 고민하고 결정해야 될 일"이라며, "잘 알다시피 제가 나이가 좀 있기 때문에 많이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 후보는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국가 단위의 좀 더 큰 틀에서 이야기하고 싶고, 서귀포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이긴다, 진다고는 생각지 않고, 서귀포시민들께서 새로운 기회를 주실 것이다. 그 기회에 마땅히 소임을 다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강 후보는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감귤산업, 밭작물, 수산업 살려야만 한다. 누가 맡아서 할 것인가. 농업과 경제전문가인 제게 맡겨 달라. 16년 동안 야당 국회의원들이 했으니, 이번에는 집권여당 후보 선택해 달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위 후보도 "4월 13일은 서귀포의 미래를 바꾸는 날이다. 투표를 통해 우리의 삶과 우리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깨끗하게, 정의롭게 일하고 싶다.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 도와 달라. 열심히 하겠다. 4월 13일 꼭 투표해 주길 바란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한편, 선거방송토론위는 토론회를 시청하지 못한 유권자를 위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누리집(www.debates.go.kr)과 인터넷.모바일 웹(http://tvdebate.co.kr)을 통해 토론회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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