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준공식 화려한 '축포'...강정주민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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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준공식 화려한 '축포'...강정주민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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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군항' 개항 성대한 축하 속, '해군기지 반대' 시위
강정주민 격렬항의 한때 대치상황..."투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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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열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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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열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에 맞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정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가 입지선정 후 9년여만에 완공돼 준공식 행사가 개최된 26일, 강정마을에서는 축포가 쏘아올리는 화려한 축하행사 속에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 축포 발사 속 성대한 준공식 행사..."해양주권 수호 중심기자"

국무조정실과 해군은 이날 오후 2시 제주해군기지 연병장에서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식을 정부행사로 개최했다.

준공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제주지역 기관.단체장, 국회 국방위 김성찬 국회의원, 해군.해병대 장병,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등 역대 해군참모총장.해병대사령관, 예비역 단체, 건설사 대표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해군.해병대 군악대와 의장대의 시범공연 등의 식전행사에 이어 왕건함에서 예포 19발이 발사되자 준공식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오늘 준공하는 제주민군복합항은 지난 1993년에 사업추진이 결정된 이후 23년 만에 맺은 값진 결실"이라며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국제자유도시'이면서 국가안보를 뒷받침하는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도의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친환경 관광미항으로, 시드니, 하와이와 같은 민군복합형 명품 항만과 어깨를 겨루며, 관광효과 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량의 99%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제주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제주민군복합항은 대한민국 해양안보와 해양주권 수호의 중심기지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인사말에서 "제주민군복합항은 국가안보와 제주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반도 해역의 지리적 중앙에 위치하며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해양 주권을 수호하는 항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 특히 "북한의 무모한 도발행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곳에 자리 잡은 우리 해군은 북한의 해상위협에도 보다 강력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이 항만은 우 리 경제의 생명선과 같은 남방해역의 해상 교통로를 지킴으로써 해양 권익과 해양 자원을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환영사에서 "평화는 스스로 지킬 힘이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운 평화라고 할 수 있고, 안보는 평화의 근본전제조건"이라며 "강정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의 해상활동해역을 지키는 안보의 보루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민군복합 관광미항으로 완성하기 위한 크루즈터미널 건설 등에도 박차를 가해, 제주 지역발전에 핵심 기반시설로 역할을 하도록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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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열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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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열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헤드라인제주
행사가 끝나자,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을 축하하며 부두에 정박한 해군함정들이 일제히 기적을 울리고 연병장에서 축포 10발이 발사됐다.

또 P-3 해상초계기, 링스(Lynx) 해상작전헬기, UH-60 기동헬기 등 해군항공기 7대가 축하비행을 선보였다.

항구에서는 제주민군복합항이 모항인 해군제7기동전단의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7600톤)과 구축함 왕건함 및 문무대왕함(4400톤)을 비롯해 대형수송함 독도함(1만4500톤), 214급 잠수함 안중근함(1800톤) 등 해군함정 8척과 해경 경비함 2척,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4대 등이 정비 도열해 위용을 뽐냈다.

◆ 강정마을에서는 항의시위...주민들 "제주해군기지 반대!"

성대한 준공식이 진행될 무렵, 행사장 바깥쪽 마을 도로변에서는 주민들의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준공식이 개최되기 전부터 미사 및 인간 띠잇기 퍼포먼스 등을 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오후 1시에는 강정 충혼비 앞에서 강정마을을 군사기지가 아닌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조성하겠다는 선포식 행사가 펼쳐졌다.

선포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다시 해군기지 정문 앞으로 몰려가 "해군기지 철수!" 등의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30여분 가까이 대치상황도 벌어졌다.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때문에 정문을 통해 입장하지 못하고, 공사장 입구쪽을 통해 행사장에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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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이 열린 26일 오후 강정마을회가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 행사를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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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이 열린 26일 오후 강정마을회가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 행사를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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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열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에 맞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정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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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열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에 맞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정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헤드라인제주

◆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정부와 해군은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라"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은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반쪽 행사로 진행되면서 씁쓸함을 갖게 했다.

강정마을회는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에서 울 "정부와 해군은 끝내 강정주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위선과 폭력으로 점철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했다"면서 "제주도정은 이를 방관하거나 스스로 도민의 편임을 저버리는 행위에 가담해 왔다"고 성토했다.

강정마을회는 "그렇기에 우리는 제주해군기지 준공을 엄히 꾸짖으며, 다시 한번 '생명평화마을 강정'을 '생명평화문화마을 강정'으로 재선포하려 한다"면서 "강정은 해군기지 마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는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게 행해진 공권력을 통한 폭력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적으로 여기며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했던 정부와 해군은 이제라도 깊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사과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 제주해군기지 '소용돌이' 9년의 큰 상처

이날 정부 공식행사는 민군복합항 준공식으로 명명됐으나, 공사가 마무리된 군항 부분만 개항됐다.

'군항'은 이날부터 공식적 운영에 들어간다.

강정마을 공동체를 붕괴시키며 격한 갈등과 충돌을 불러왔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예산 1조765억원을 투입해 강정해안에 함정 20여척과 15만톤급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는 내용으로 추진됐다.

2007년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이 입지로 선정됐고,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민과 군이 함게 사용하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계획이 결정된 후, 2010년 1월 항만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최초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많은 논란을 초래했고 격렬한 주민저항에 부딪히면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등 큰 상처를 남겼다.

제주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의 '날치기 처리', 강정 중덕해안가 농성장 및 구럼비 발파공사 강행을 위한 공권력 투입 등이 이어지면서 주민 6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이중 500여명이 사법처리됐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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