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철 드는 날' 입춘, 신들에게 전하는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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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철 드는 날' 입춘, 신들에게 전하는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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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새 철 드는 날

입춘 전 '신구간(新舊間)'이라고 해서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모두 짐을 싸서 움직이기 때문에 제주 전역이 들썩인다.

신구간이라 함은 대한이 지난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다. 이때가 되면 예전에는 수레에 궤와 이불, 살림살이를 싣고 이사 하는 빛바랜 사진들을 본 적도 있다. 세간들을 하나씩 옮기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시끌벅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요즘에야 세상이 좋아져 이삿짐을 날라 주는 전문업체가 있어 포장이사라 해서 남의 손을 빌려 손쉽게 금방 이사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지금보다 예전 모습이 더 정이 느껴진다.

가끔 예전에 살던 동네를 들를 때가 있다. 그곳에 가면 어린 시절 추억들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남아 스친다.

입춘은 이십사절기 중에서 한 해의 첫 번째 절기이다. 대한은 일 년의 맨 마지막 절기이다. 신구간은 그 해의 마지막이고 새해의 시초하고 중간 사이라 말 할 수 있다.

땅을 관장하는 귀신들도 요즘 말로 인수인계를 하는 시기라고나 할까. 이미 내려와 있던 신들은 올라가고, 새해를 관장하는 신들이 내려오는 시기이기에 그동안에는 정신이 없어 땅을 관장할 하지 않아서 편의적으로 특별나게 일도 없고, 그렇다고 나쁜일도 없으니까 그때로 하자고 정한 것이 지금의 신구간 풍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공직자들이 발령 받는 것처럼 신들도 서로 바뀐다고 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이사할 때는 솥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전기밥솥을 안고 간다고도 한다.

이렇게 제주의 신들의 역할과 임무가 바뀌는 '신구간'이 끝나고 새로운 신들이 좌정하는 '새 철 드는 날', 입춘에는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이날에 여자아이가 남의 집에 가면 그 집 밭에 김이 많이 생긴다는 는 것이고, 털이 난 짐승이 날아오면 잡초가 많이 난다고 하여 날아오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날 돈거래를 하면 일 년 내내 재물이 밖으로 새어나간다고 해서 돈 거래도 일절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당에 비질할 때도 바깥에서 안쪽으로 쓸면 복이 달아나고, 밧줄도 밖에 놔두고 오라고 한다. 그러다가 집에 뱀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제주에는 집안 곳곳마다 신이 있다고 한다. 잘못 건드렸다가 재앙을 받는 ‘측간신’, 첩인 측간신에게 놀아나다가 정낭에 걸려 죽은 ‘정주목신’,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물과 불이 있는 신성한 공간의 주인인 ‘조왕할망, 집에 들어오는 문을 지키는 ‘문전신’, 동서남북을 모두 지키는 ‘오방신’까지 그야말로 신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러니까 1년의 처음 시작하는 날이기에 무탈하게 살려고 하면 아주 조심해서 보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남에게 욕도 하지 말아야 하며 싸워서도 안된다고 한다. 요즘에는 없어진 풍습이지만 옛날 서당 학동들은 이날에 공부하면 더 잘 된다고 하여 억지로 시켰다고도 한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글쓰기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이성복 객원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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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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