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첨단산업단지 '까칠한' 소통...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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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첨단산업단지 '까칠한' 소통...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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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도시산업단지 갈등, 꼬이게 된 이유
심각하게 표출된 '불신의 벽'...대화기법 '눈살'

제주시 도남동에 들어서는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토지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되더니 산업단지 조성을 원천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시위 등이 잇따라 열렸다.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토지주들과 제주도정의 입장이 그야말로 극명한 평행선을 긋고 있는 탓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 토지주들의 동의 없이 진행된 사업계획 수립은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투기 등을 우려해 사전에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제주도정의 항변은 일정부분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입지선정 발표 후 토지주들이 반발하자 원희룡 지사의 면담과, 관계부서 공무원들의 토지주와의 만남은 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연 의견수렴과 주민설득과 동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라는 물음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는 '불신의 벽'이 이를 반증한다.

토지주들의 매 주장에 대해 제주도정은 조목조목 설명하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터 불신의 벽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었다. 이는 제대로운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제주도정은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있어서만큼은 제주경제에 미칠 영향 등 거시적이고 공익적 측면의 논리로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반면 자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한 생존권적 투쟁을 선언한 토지주들의 '사익'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소홀한 측면이 많았다.

그동안 소통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이란 명분하에 '설득' 중심의 소통이었던 것이다. 도시첨단산업단지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제기되는 논란 내지 추측성 의혹에 대해 '핑퐁'식 반론을 주고 받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땅을 잃게 될 소수 토지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수렴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면 상황은 지금과 같이 악화되지 않았을런지 모른다.

일례로 지난달 19일 제주도와 토지주들이 공식적으로 가진 간담회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서가 제출된 후 가진 자리였는데, 몇 마디 대화 후 일순간에 분위기는 일그러졌다.

청원 내용을 아느냐는 토지주들의 질문에 배석한 담당 국장은 "읽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고, 담당 과장은 "어느정도 보기는 봤지만 기억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담당 계장까지 내려와서야 "읽어봤다"는 답변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지금 청원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문서를 주시면 하나하나 설명드리겠다"고 말해 격한 분위기를 유발했다.

당시 행정사무감사와 도정질문 등의 굵직한 일정이 맞물렸다고는 하나, 3~4페이지 분량의 청원서를 읽을 시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터인데, 갈등문제 대화자리에 참석한 관계관의 답변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대화기법 내지 '말의 테크닉'의 문제로도 볼 수 있으나, 제주도의회의 중재로 이뤄진 모처럼의 만남자리에 '마지못해' 참석한 것처럼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제주도의 입장을 엿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다.

간담회에서는 고운 말만 오가지는 않았다. 토지주들은 기본적으로 언성이 높아져있었고 격한 표현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토지주측에서는 "심도있게 사업성을 재검토하는 쪽으로 방향 선회하는 여유를 갖고, 다음에 만났을 때는 좋은 답변을 줄 수는 없겠나"라며 자체적인 분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담당 국장은 "그럴 생각 없다"고 맞받아쳤다.

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평상시의 공무수행이라면 속된 표현으로 '립서비스'로나마 "검토하겠다"는 말을 꺼냈을 터인데, 이토록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의아스럽게 다가왔다.

결국 간담회는 파행을 겪어야 했다. 서로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1일 제주도가 각 언론사에 일제히 배포한 '제주도시첨단산업단지 반대대책위 주장 내용 해명' 자료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자료에는 전날 반대위가 가진 기자회견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 배포 전에 토지주들을 상대로 한 해명이 우선돼야 했다.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했고, 토지주들이 잘못 인식하는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야 했다. 전날 오전 기자회견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당일 오후에라도 만남을 가졌으면 될 일이었다. 언론을 통한 '여론전'은 가뜩이나 상한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제주도 전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제주도정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 큰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이미 앞선 사례에서 그러한 교훈을 얻어 오지 않았는가.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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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5-12-03 22:12:37 | 121.***.***.6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너무도 사람을 잘 못 뽑은거 같다.
제주가 점점 얼욱지고 살기 힘들어지는거 갔네.....ㅅㅂ
정말 신뢰가 가는 도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도민들도 도를 믿고 함께 가지.....

거짓에매몰된원도정 2015-12-03 16:48:11 | 14.***.***.75
정확한 문제제기 토지주 한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거짓으로 시작하다보니 그 거짓을 숨기기 위해 또다시 거짓해명을 하는 무리수를 반복하고 있는 원도정을 보면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지금껏 국책사업이라 제주자치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던 사람들이 지난 11월 19일 도의회에서 이사업이 국가사업인지, 도사업인지, LH사업인지 토지주의 질문에 국장, 과장은 답변 못하자, 담당자(최명동)가 나서 제주자치도사업이 맞다고 실토하고선 이제와서 아니라고 오락가락하는 꼴이라니...
정부사업이라고 하면서도 시행사인 LH가 500억을 투입해서 개발한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는데
땅장사하는 LH가 자기돈 500억을 투입한다고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요.
제주도민을, 제주농민을 바보로 아십니까? 변명도 닮맘직하게헙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