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분위기 반전, 제주신항...어떤 상황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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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분위기 반전, 제주신항...어떤 상황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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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 반발 샀던 제주신항 공청회, 한 달만에 '찬성' 기류 전환
참석자 다수 긍정의사 표명...비판 목소리에 오히려 면박, 왜?

제주시 탑동 해상을 대규모로 매립해 새로운 크루즈 항만을 건설하는 내용의 '제주신항'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23일 열린 공청회가 참석자들 다수의 찬성 입장에 힘 입어 다소 일방적인 양상으로 진행됐다.

불과 한 달 전에 열렸던 제1차 공청회 당시까지만해도 지역 어업인을 중심으로 고성과 몸싸움까지 일어나는 등 거센 반발을 샀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진행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 제2차 공청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주최로 약 2시간에 걸쳐 실시됐다. 40분 가량 사업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직후 곧바로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당초 이날 공청회는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일어왔다. 급작스런 '매머드급' 제주신항 계획으로 인해 도민사회의 여론을 한 데 모으지 못했다는 측면에서였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열린 제1차 공청회에서는 맹렬히 저항하는 참석자들로 인해 정상적인 진행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파행 사태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의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지난달 열렸던 공청회에서는 제주신항 계획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는 참석자가 집중포화를 맞았다면,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는 제주신항 계획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표출할 경우 으레 면박이 터져나오고는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3일 오전 10시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안 제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헤드라인제주>

◇ "크루즈 관광, 제주 백년대계"..."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필요"

제주신항 계획에 찬성하는 참석자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신항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기조로 발언을 풀어갔다. 오히려 신항의 규모를 더 키워야한다는 의견까지 적극 개진돼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제주신항 계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한 어업인은 "어업인의 의견을 모으고 심사숙고한 끝에, 제주도가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제주신항 계획을 도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이 든다"며 "도정을 믿기로 해 찬성하는 쪽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마케팅국장은 "관광측면으로 가는 것이 제주의 백년대계를 위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리나나 크루즈가 대형화 되고 있기 때문에 신항을 잘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 국장은 "외국의 경우 항구와 도심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곳이 많다. 제주시 구도심 같이 지역경기가 침체되거나 하지 않고 활성화 되는 것을 보면 제주항의 경우도 제대로 개발됐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창수 썬라이즈해운 대표는 "제주항 실정은 포화 상태가 돼 배가 더 들어올 여지가 없다. 크루즈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하며 "원도심 활성화는 제주도민만 갖고는 절대 안된다. 관광객이 들어와야 활성화 할 수 있다. 크루즈 한번 기항하면 2~3천명인데 이 관광객이 7~8시간 기항하는 것이 아닌 2박3일씩 기항할 수 있도록 항구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제주도민으로서 제일 곤혹스러운게 운임 비용인데, 제주신항을 조성해 한중일 카훼리가 활성화 되면 제주도민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라도 신항만을 개발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전 도민이 합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식 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은 "특정 단체나 특정 지역에 이익이 쏠리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중심으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며 "2~3조원 갖고 개발공사를 할 수 있겟나. 더 먼 곳을 내다보며 20조 정도는 들이는 등 더 크게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 가장 거세게 저항했던 강용주 제주시어선주협회장도 "첫 공청회 때는 어민들이 감정이 격앙돼 분위기가 매우 안좋아 유감이었다"며 "그 이후에 사과와 공감대 형성, 소통 노력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사업에 잇어 이기주의적인 어민이 되고싶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해 힘을 실었다.

때때로 이들의 발언 중에는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3일 오전 10시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안 제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헤드라인제주>

◇ "원도심 활성화 계획 불명확"..."민자유치, 상권 충돌할 것"

제주신항 계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김남규 화북동선주협회장은 "친수공간 늘리는 것을 보면 꿈에 그리는 그림이지만, 이 그림을 국가에서 시행할 것이냐, 민간인에 의해 할 것이냐를 확실히 해야 한다. 지난 2000년도에 제주외항 공청회 할 때도 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화북동 주민들을 농락한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방파제를 조성하면 바람이 북서풍이나 북풍이 불 때 옆동네는 엄청난 파도가 휘몰아친다. 제주신항을 만들면 화북, 삼양, 용담, 이런 곳은 피해가 상당할 것인데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고 걱정했다.

이에 제주도는 외항 친수공간은 제주신항 계획과는 별개로 시행될 것이고, 월파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구체적인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답했지만, 또 다른 주민도 이와 관련된 우려를 털어놓았다.

평소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자신을 소개한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은 "지금 계획은 크루즈 중심으로 크루즈에 의존하는 것인데, 크루즈 관광이 언제까지 활성화 될 것인지, 100년 후에도 크루즈가 들어오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협회장은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얘기가 전혀 없다. 앞으로 사업 제안해서 그 다음에 고민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아니지 않나. 그야말로 도민을 우롱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좌중에서는 "저 사람 혼자 사는 사회냐", "대안은 만들어서 하는 소리냐"는 둥의 볼멘소리가 새어 나왔다. 행사장 멀찌기서는 다소 노골적인 비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도 "도민들이 신항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가장 염려해야 할 부분은 민간투자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상업시설의 경우 분양을 해서 수익을 낼 것인데,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과 충돌하게 된다. 단순히 낙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공영개발하겠다, 연 기금 유치하겠다는 식으로 기존 민자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계획은 상당히 의문이 든다"며 "제주신항이 어떤 컨셉으로 가야하는지는 도민이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큰 계획을 뻥 터뜨이는 식의 발표는 안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 불과 한 달...갑작스런 분위기 반전 왜?

그렇다면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반전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초 구상안이 주민계획을 수렴해 다소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구상안은 국제 크루즈관광 및 해양관광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있는 동북아 중심의 국제해양관광․레저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제주항 서측 전면 해상에 2030년까지 초대형 크루즈부두 및 여객부두.마리나 부두 등을 개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방파제 2400m, 방파호안 5815m 등 외곽시설을 비롯해, 안벽 3335m 등 계류시설, 선회장 720m, 항로폭 360m 등 수역시설 등을 시설하는 것으로 계획돼 초대형 크루즈 선석을 늘리고, 도민들이 찾는 친수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계획은 제1차 공청회에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수산관광복합지구를 추가로 늘리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됐다.

총 매립 면적을 줄이는 대신 지역 어업인들이 관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상된 전체 소요예산도 2조5000억원 가량에서 2조8000억원 가량으로 늘었다.

그러나, 사업계획의 일부 선회만으로 반대 일색의 분위기가 갑자기 돌변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가시적인 분위기 전환은 지역 어업인들이 가져 온 것으로 해석된다.

제1차 공청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공청회 분위기를 이끈 것은 자리의 60~70%를 메운 어업인들이었다. 이들이 제주신항 계획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서자 공청회장도 자연스레 다수의 참석자들이 참석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제주도가 공청회를 열기에 앞서 2~3차례에 걸쳐 어업인단체 관계자들과의 의견 조율을 가진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제주신항 개발 피해에 따른 보상책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중이다.

◇ 제주신항 탄력 전망...남아있는 우려는?

결과적으로 이날 공청회 분위기만 봐서는 제주도정이 신항 계획을 이끌어가는데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산이라 여겨졌던 지역주민과의 공감대 형성 절차가 표면적으로나마 '순풍'이 불면서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착공 여부는 해양수산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겠지만, 일단 이달말까지 해수부에 제안키로 했던 제주신항 구상안은 별 탈 없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주신항 계획을 지역 어업인들과 주민들에만 국한시켜서 풀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청회 직후 한 참석자는 "환경문제는 물론 1차 산업, 2차 산업 등의 영역에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도민공론화에 부쳐야 할 사안으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대다수의 도민들이 아직 알지 못할 뿐인데, 행정 전체가 나서 의견을 심층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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