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항 공청회 파행..."삶의 터전 뺏겨" 거센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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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항 공청회 파행..."삶의 터전 뺏겨" 거센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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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항 건설계획 공청회, 어민 반발...고성에 몸싸움까지
"의도적 1차산업 희생 강요...크루즈 초점 둔 전시행정" 혹평

27일 제주특별자치도가 개최한 '제주신항기본계획 구상 공청회'가 지역 어업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며 파행을 빚었다.

격분한 어업인들은 고성과 더불어 몸싸움까지 불사했다. 가까스로 공청회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현장은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돌발상황에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10시 제주시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약 30분에 걸쳐 제주신항 사업계획 설명이 이어졌다.

27일 오전 열린 제주신항 기본계획 공청회가 어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어민 삶의 터전 빼앗으려느냐" 격렬한 저항, 몸싸움까지 불사

그러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참석한 지역 어민들은 격분하기 시작했다.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게 생긴 마당에 의견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인 행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강용주 제주시어선주협회장은 "현재 탑동의 월파 문제는 최초 공사를 잘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냐. 그걸 보강하는 사업을 하겠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공사를 하는 이유가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협회장은 "신항 개발은 어민들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사업계획 부지 인근 바다는 고등어가 산란을 하는 등 각종 생물들이 서식하는 천혜 환경지역인데, 어민들은 설 자리가 있겠나"라고 분을 토했다.

특히, 제주신항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어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 공청회 행사 조차 어민단체 등에는 따로 기별을 넣지 않았다는 점이 화를 키웠다.

인근 지역 내 자생단체 등에는 연락을 취했으면서 의도적으로 어민들을 배제한 채 계획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또 다른 어민은 "신항이 개발되면 연안에서 조업하던 것을 전부 장거리 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거리 조업을 하려면 유류비가 증가하고, 조업시간이 연장되는데 누가 책임지겠나"라고 따져물었다.

그는 "6차 산업을 성장시킨다는 명분으로 1차 산업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계획"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신항계획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패널은 즉각 어민들의 저항에 부딪혀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가벼운 몸싸움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생기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이 어민들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하고, "절대 어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 제 직을 걸고서라도 어업인들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이들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27일 오전 열린 제주신항 기본계획 공청회가 어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7일 오전 열린 제주신항 기본계획 공청회가 어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7일 오전 열린 제주신항 기본계획 공청회가 어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7일 오전 열린 제주신항 기본계획 공청회가 어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크루즈 관광에 초점 맞춘 전시성 행정 불과" 혹평 쏟아져

제주신항 계획의 문제점을 짚은 것은 어민들 뿐만은 아니었다. 제주도가 발표한 신항계획이 크루즈 관광에 목을 메다는 듯한 '전시성 행정'에 그친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문대탄씨는 토지를 매립해 해양친수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해 "토지를 매립해 토지를 분양한다고 하면, 자본력이 약한 제주도민은 땅을 분양받지도 못하고 밀려나게 된다. 결국 외래자본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친수문화공간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현재 사업지구는 교통이 대단히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항만계획만 발표했을 뿐 이와 연계된 교통이나 주변 지역의 파급력 등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루즈 관광'에 초점을 둔 도정의 철학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씨는 "솔직해지자. 제주에 크루즈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사싱상 명품 판매하는 자본들과만 관련이 있지 않나"라며 "도민들이 신항만을 원했던 이유는 항만해운이 나쁜 제주의 물가가 육지보다 5% 이상 비싸기 때문에 물가를 억제하기 위함인데, 현 도정의 기본적인 철학이나 의도는 크루즈를 위한 것처럼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만과 배편이 부족해서 세월호 같이 썩은 것이나 인정했던 것이고, 이마저도 끊어지니까 물건을 육지로 내보내지 못해 도민들이 힘들어하고 있지 않나"라며 "제주산 생산품의 육지부 반출이 기본적인 의도고, 기본적인 철학이어야지 어째서 명품 판매나 하는 크루즈에 죽지 못해 목을 메다나"라고 직언했다.

그러면서 "매립지가 100만평이냐, 30만평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공적이익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라며 "매립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숙박시설을 만들면 기존 도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해운 항만은 공적 기능에 한정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운.항공.교통 분야의 변호 업무만 20년 이상 맡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현덕규 변호사도 "공무원들은 숫자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에 크루즈에 포커스를 둔 것 같은데, 크루즈는 기본적으로 선박에서 숙식이 해결돼 밖에서 잠을 잘 이유도 없고, 음식을 먹더라도 한정되게 소비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커스가 너무 크루즈에 집중돼 있어 마치 전시성, 홍보성으로 치중돼 있는데, 어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공감해야 한다"며 "항만시설은 크루즈가 아닌 로로(roll-on roll-off)선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현 변호사는 "최근 항만의 컨셉은 선미부터 접안하는 것인데, 제주신항의 계획은 측면에서부터 진입하게끔 돼있다. 누가 만든 계획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적인 부두시설에는 많이 뒤쳐진 모델"이라고 혹평했다.

해당 지역구의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원도 "항만은 100년대계를 내다보고 가야한다는 개인적 소신으로 신항계획은 찬성하지만, 삶의 터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민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 제주도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힐책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이생기 국장은 "제주신항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이제야 시작하는 단계"라며 "어민들을 비롯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탑동 131만㎡ 매립 '제주신항' 건설계획...어떤 내용?

한편 이 구상안은 국제 크루즈관광 및 해양관광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있는 동북아 중심의 국제해양관광․레저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제주항 서측 전면 해상에 2030년까지 초대형 크루즈부두 및 여객부두.마리나 부두 등을 개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방파제 2400m, 방파호안 5815m 등 외곽시설을 비롯해, 안벽 3335m 등 계류시설, 선회장 720m, 항로폭 360m 등 수역시설 등을 시설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를 통해 2만톤급 선석 1개와 1만톤급 선석 3개, 5000톤급 선석 5개를 갖춘 국내여객부두를 만드는 한편, 22만톤급 1선석, 15만톤급 2선석, 10만톤급 1선석을 갖춘 초대형 크루즈부두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소요예산은 국비 1조1120억원과 민자 7850억원 등 2조467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를 한 송기진 (주)혜인이엔씨 전무이사는 "기존 탑동항만 계획은 '항만 개발'이라는 측면이 아닌 월파 피해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원도심 재생 사업과의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제주신항 계획의 의의를 설명했다.

송 전무는 "제주내항의 경우 물류와 여객 이용이 혼재돼 있을 뿐더러 시설이 낙후돼 있어 매년 항만이용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항은 초대형 크루즈 이용성의 한계가 있어 기능성 측면에서 저효율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만개발을 위해서는 단순하게 필요성만 갖고 접근할 것이 아니고, 크루즈 개발 수요를 판단해야 한다"며 "2020년 크루즈 입항횟수는 356회에 이용객 53만명, 2030년에는 637회에 103만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론적 값으로도 크루즈 선석 3대가 필요하다"고 사업 타당성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크루즈 관광시장에 맞춰 제주신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나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앞으로 큰 논란이 예상된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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