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일 소외된 삶과 단 하루의 조명, "제 소박한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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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일 소외된 삶과 단 하루의 조명, "제 소박한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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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념 4.20 문화제 '차별에 저항하라!' 열려
중증장애인 5대 요구안 발표..."언제나 함께 어울려 살자"

"누구나 누리는 일상. 이것이 제 소박한 바람입니다."

364일 소외된 삶과 단 하루의 조명. 장애인들은 이를 두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라 말한다. 이들에게 차별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버스와 택시는 장애인들에게 한낱 그림의 떡에 불과했고,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취업 '유리천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 같은 차별 속, 장애인들은 제35회 장애인의 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7주년을 맞아 다시 용기내 거리로 나섰다. "장애인의 날 하루만을 기념하지 말고, 모든 날 동안 함께 어울려 살자"던 이들이었다.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에는 총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자리했다. 장애 당사자인 이들은 이날 마이크를 잡고 그동안의 속사정을 소리높여 털어놨다.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에서 중증장애인 활동가 임혜성 씨가 자유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에서 중증장애인 활동가 임혜성 씨가 자유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가운데, 한 장애인 참가자가 임혜성 씨의 발언에 맞춰 손으로 밑줄 그으며 낭독문을 살펴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그 중에서도 중증장애인 활동가 임혜성 씨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언어장애와 뇌병변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혜성 씨는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손수 작성해 온 자유발언문을 직접 낭독해 전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 장애인이었지만 부모님의 정성과 보살핌 속에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 수록 감당할 수 없는 절망과 아픔이 가슴 속에 쌓여갔습니다."

혜성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크고 작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부모님은 농사일로 바빠 자신은 언제나 방에 있었고, 그런 자신의 유일한 친구는 책과 컴퓨터가 유일했다던 그녀였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난 꿈 조차 꾸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나?'

밖으로 외출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어 이후의 일상생활은 어쩔 수 없이 단순해져 갔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을 괴롭혀 속상한 마음에 울고 싶은 날들도 많았다고.

특히 훌쩍 커버린 자신을 힘들게 챙기시는 부모님을 보면 죄송스럽다던 혜성 씨였다. 큰 딸이지만 오히려 짐이 된 듯한 죄책감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기도 했다.

"반복적인 생활에 지쳐있던 그 해, 저는 희망과 같은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에 138시간 뿐이었습니다"

활동보조 서비스는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지역사회 서비스로, 장애인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 보장하기 위한 신체활동과 가사, 이동보조 등의 지원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제주지역 1~2급 등록 장애인은 총 7622명. 그러나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는 장애인은 404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1일 최대 지원시간도 12시간에 그쳐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전국 모든 광역시.도에서는 추가지원을 하고 있고, 전남의 경우에는 월 330시간의 추가시간이 제공되고 있다. 반면 제주의 경우에는 2011년 추가지원됐던 20시간이 5년간 확대 없이 유지되고 있다.

혜성 씨는 누구나 누리고 있는 문화생활과 여가생활, 사회활동을 소풍가듯 할 수 없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으로 인해 필요한 시간 외의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고,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활동보조 서비스가 확대돼 누구나 누리는 일상을 걱정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이게 제 소박한 바람입니다"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이 외에도 이승훈 장애인인권학교 강사는 '장애인 이동권 및 접근성 보장', 김명선 장애인활동가는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 김태우 장애인활동가의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 대책 마련', 홍길훈 제주장애인야간학교 학생의 '성인장애인 교육권 보장' 등 중증장애인 5대 요구안에 대한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이승훈 강사는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갈 때 그 때가 바로 진정한 사회통합이 실현되는 때"라며 제주도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홍길훈 학생은 "장애인정책을 맡고 계신 제주도 각 부처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성인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주길 바란다. 이렇게 간곡히 바란다"고 제주도정에 호소했다.

김명선 활동가는 "다름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전체 장애유형의 장애인들 모두가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 4.20문화제를 주최한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는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고, 세상에 우리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고, 정책과 제도에 우리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여기 이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고 전했다.

그는 "오늘 우리의 목소리가 단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여기 자리해주신 모든 분들, 나아가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알려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4.20 문화제는 장애 속에서 빛나는 삶을 키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느 때 보다도 빛났던 순간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우리사회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이었다.<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에서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고현수 상임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에서 홍기철 제주도의회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에서 가수 양정원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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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039;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039; 4.20 문화제.&lt;헤드라인제주&gt;
24일 오후 5시 제주벤처마루 앞에서 열린 '장애인이여, 차별에 저항하라!' 4.20 문화제.<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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