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교사 된 4.3유족 첫 현장수업...학생들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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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교사 된 4.3유족 첫 현장수업...학생들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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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강춘희씨 아라초서 강연..."질문있어요!" 열띤 호응
'화해.상생' 교육에 초점..."올바른 역사인식 발판" 호평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제주 4.3 유족 명예교사 강연회'. 4.3유족 강춘희 씨가 강단에서 내려와 아라초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총소리가 난 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엄마와 아이가 헤어지는 영상 본 적 있죠? 그렇게 헤어졌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런 경험을 실제로 하신 선생님을 오늘 이 자리에 모셨어요"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는 조금 특별한 강연이 4학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제주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로 위촉된 4.3희생자유족 강춘희 씨(69.여)의 첫 현장수업이다.

강춘희 씨는 4.3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제주도교육청이 선발한 18명의 4.3희생자유족회 회원 중 한 명으로, 이날 4.3유족의 한 사람으로, 4.3역사의 '산증인'으로 강단에 서게 됐다.

4.3유족이 아이들을 상대로 4.3교육을 한다는 것도 유례없던 일인데다, 그 당사자가 본인이 됐다는 생각에 다소 긴장된 모습의 강 씨였다.

그러나 강연이 시작되자 강 씨는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4학년 담당교사들이 객석에서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고, 아이들도 보다 진지한 태도로 강 씨의 4.3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춘희 씨의 강연은 시작됐고, "저는 조금 외롭게 살았어요"라는 그녀의 첫 마디에 웅성대던 아이들은 한 순간에 초집중모드로 변했다.

제주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로 위촉된 제주4.3희생자유족 강춘희 씨가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제주 4.3 유족 명예교사 강연회'.<헤드라인제주>

"조그만 섬에 빨간꽃, 파란꽃, 노란꽃이 피어있는 예쁜 꽃밭이 있었어요. 그런데 힘이 센 빨간꽃과 파란꽃이 '다른 꽃은 피면 안 된다'고 서로를 짓밟은 거예요. 그 꽃밭은 어떻게 됐을까요? 폐허가 돼 버렸어요"

강춘희 씨는 4.3에 의해 희생된 자신의 가족을 한명씩 소개하며 강연을 풀어나갔다.

가족들을 지키려다 잡혀가 목포에 있는 형무소에서 갇혀있다는 소식을 끝으로 행방불명된 할아버지, '조사받아야 한다'고 말하던 낯선 남자 2명에게 끌려간 뒤 행적을 찾을 수 없는 아버지, 또 그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까지.

4학년 학생들이 평소에 상상하기 힘든, 외로웠던 강춘희 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이어지자, 강연 중간 중간에는 약간의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이어서는 아라초가 있는 아라동과 오라동을 빗대 설명하며 오라리 방화사건을 풀어낸다던가, 제사문화를 언급하며 희생자 생일 날 제사를 지내는 4.3유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등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여러분, 기적이라는 말 아나요? 모든 꽃이 다 죽어서 살아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꽃밭에 뿌리들이 남아 있다가 작은 새싹을 하나씩 틔웠대요. 그 새싹이 자라서 다시 아름다운 꽃밭이 만들어져 갔답니다"

강춘희 씨는 강연 말미에 꽃밭 이야기를 설명하며 4.3의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설명해 냈다.

과거에는 현실이 어렵고 힘들어서 많은 꽃들이 다치기도 했지만, 오늘 날 다시 작은 꽃들이 피어나듯이 모든 세대가 힘을 합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던 강춘희 씨였다.

강 씨는 아이들에게 두 사람씩 서로 마주보고, 손 잡고, 껴안아 보라고 말했다. 이에 아이들도 친구들과 눈을 맞추고 온기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게 바로 용서이자 화해라는 거예요. 이제 우리 어른들과 어린이들 모두는 이렇게 손을 잡고 아픔으로 간직했던 제주4.3의 기억을 평화의 섬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제주 4.3 유족 명예교사 강연회'.<헤드라인제주>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제주 4.3 유족 명예교사 강연회'.<헤드라인제주>
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제주 4.3 유족 명예교사 강연회'.<헤드라인제주>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조용히 강연을 듣고 있던 아이들의 열띤 질문공세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4.3은 언제까지였어요?', '어느 지역 사람들이 많이 희생당했어요?', '왜 전쟁이 일어난 거예요?', '왜 섬을 공격한 거예요?', '주정공장이 뭐예요?' 등 질문도 다양했다.

이에 강춘희 씨는 강단에서 내려와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답변했고, 잘못 인지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바르게 다잡으며 다시 설명을 이어가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김건우 학생(11)은 "전에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왔었는데, 이번 강연이 더 진짜같고 생생했어요"라며, "앞으로 4.3으로 피해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잘 돌봐드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치료 잘 받으시라고..."라고 기특한 생각을 전했다.

고수원 학생(11.여)도 "간단하게만 알고 있었던 4.3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4.3수업 때 보다 이해도 더 빨리 돼서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라고 전했다.

강연 진행을 맡았던 신민경 교사는 "역사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아이들이 학교폭력이라든가, 전쟁에 대해서 더욱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4.3유족 명예교사 강연은 아이들이 고학년에 가서도 또 다른 역시인식을 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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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40분 아라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제주 4.3 유족 명예교사 강연회'.<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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