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황금버스' 운행한달..."어? 잘못 찾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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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번쩍 '황금버스' 운행한달..."어? 잘못 찾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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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국인관광객 겨냥 제주 '황금버스', 직접 타봤더니
밋밋한 코스...안내부실...탑승객 '뚝'↓...'돈먹는 하마' 될라

일요일인 지난 7일 이른 오후 제주웰컴센터 앞.

"어? 잘못 찾아왔나?"

'제주황금버스'를 타려는 취재진을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지가 비슷한 동승객도 없었고, 어찌할 바 모르는 시선이 의지할 만한 안내 팻말도 없었다.

정시가 되자 그냥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황금색 옷으로 치장한 안내원이 다가오더니 리플렛 하나를 건넸다.

이어서는 구수한 트로트가 울려 퍼졌다. 라디오였다. 이를 끊는 건 4개국어 정류소 안내멘트. 명소 소개를 기대했지만 시내버스 안내와 다를 게 없었다. 이쯤되니 진짜 시내버스를 탄 건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황금버스는 100분 동안 3명의 탑승객을 태우더니 웰컴센터로 돌아와 다음 운행을 준비했다.

제주웰컴센터 앞에서 운행준비 중인 제주황금버스.<헤드라인제주>

바야흐로 '중국인 관광객' 전성시대.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색을 두르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연이은 차량번호 '8888' 황금버스까지 뚝딱 만들어져 나올 정도다.

제주도관광협회는 황금버스 운행기념행사에서 외국인 개별관광객 증가에 따른 인프라 구축과 전통시장 연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77.6%를 차지하는 등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시장이 커짐에 따라 버스 자체를 중국인이 좋아할 수 있게끔 제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만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국인 관광객도 탑승할 수 있다.

황금버스가 본격적으로 운행된지 꼭 한 달. 황금버스 속 국내.외 관광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국인관광객을 겨냥해 운행되고 있는 황금버스.<헤드라인제주>
제주황금버스 정류소에서 노선을 살피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헤드라인제주>

◆ 호텔에서 호텔로 끝나는 코스..."개별관광객 맞춤 맞아?"

황금버스는 제주시내 주요 랜드마크를 도는 전차 모양의 이른바 '트롤리버스'로, 현재 2대가 운행 중이다.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1만원선. 당일 티켓 한 장이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몇 번이든 버스에 다시 탑승할 수 있다.

버스는 웰컴센터에서 출발해 삼성혈과 동문시장, 관덕정, 용두암, 한라수목원 등 제주시내 주요명소 총 22곳을 하루 12차례 순환한다. 한 번 타는 데 약 100분 가량 소요되고, 각 정류별로 한 시간의 간격을 둔다.

우선 제주시내권만을 순환하는 황금버스의 경우 시내권 코스와 함께 한라생태숲과 사려니숲길, 4.3평화공원, 돌문화공원까지 순환하는 기존 '제주시티 투어버스' 보다 코스 매력도가 떨어졌다.

버스가 많이 오가는 공항과 터미널, 여객터미널에서 정차해 있을 때는 탑승객이 민망할 정도였다.

또 사실상 더호텔로 시작해 칼호텔, 라마다호텔, 롯데시티호텔을 거쳐 그랜드호텔로 마무리되는 코스도 주이용층인 개별관광객들에게 반감을 사는 모양새였다. 보통 개별관광객들은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

캐나다에서 왔다던 한 모녀는 "어떤 명소들을 가볼까 기대하고 탔는데 호텔 정류소가 많아 당황스러웠다"며, "내일은 다른 시티투어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거기에 기대를 걸어봐야겠다"고 속마음을 터놓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으로 꾸며진 제주황금버스 내부.<헤드라인제주>
타이완에서 온 후슈 씨(HSU Shu.33)가 제주황금버스 리플렛을 보고 다음 노선을 살피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황금버스 노선도. <헤드라인제주>

◆ "가이드는 이걸로 끝?"...차별화했는데 '안 먹히네'

가이드 콘텐츠도 빈약하기는 마찬가지. 정보제공 측면에서 보면 황금버스 가이드는 시내버스 버스정보시스템 보다도 효율적이지 못했다. 대중교통과 차별화를 뒀다던 협회 측의 설명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우선 정류장 소개멘트는 일반적인 시내버스 안내와 다를 게 없이 4개국어로 전해졌다. 버스내부 전면에 설치된 전광판에도 같은 자막이 흘렀다. 3개의 TV스크린에서는 여행스케치 영상이 반복될 뿐이었다.

보다 세부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좌석 앞에 비치된 4개국어 안내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좌석별로 비치된 헤드셋을 쓰고 있으면 GPS가 자동으로 위치를 인식해 정류장에 대한 안내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편적인 설명에 그쳤다. 리플릿에 쓰여진 1~2줄의 운행정보를 그대로 읽어낸 수준이었다. 용두암 정류장에서 용연은 몇 분 거리에 있는지, 여객선터미널 정류장에서 사라봉은 어떻게 가는지 모두 "인근에는"으로 설명될 뿐이었다. 외국인 입장 생각해 보면 안 하느니만 못 한 가이드였다.

또 황금버스 제일 앞 좌석에는 안내담당 직원이 배치돼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가이드'로 오해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안내담당은 가이드가 아닌 통역 안내와 승하.차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타이완에서 온 후슈 씨(HSU Shu.33.여)는 "타이완 항공에서 티켓을 받게 됐는데 출장 중 시간이 나서 한 번 타 봤다. 그런데 (안내정보가 부족해서) 안내담당이 가이드를 따로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한참동안 지도와 스마트폰을 분주히 번갈아 봤다.

유료탑승이 시작된 첫날 직접 시승해봤다는 제주도 정책보좌라인의 한 관계자도 "운행코스가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버스를 타고 원도심 중심으로 돌다가 용담해안도로 입구의 용두암에서 제주바다가 잠깐 펼쳐졌다가 곧바로 도심지로 꺾는 코스이다 보니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운행코스는 수요자 입장에서 좀더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내 가이드가 있긴 했으나 역할이 크게 아쉬웠다"며 "원도심 지날 때에도 이에대한 설명, 그리고 주요 관광명소와 관련된 역사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것 없이 일반대중교통 노선 처럼 운행돼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해안도로를 운행 중인 제주황금버스. 그러나 해안도로 코스는 용두암에 잠깐 정차하는 수준에서 끝내 아쉬움을 남겼다. <헤드라인제주>

◆ 제작비 5억원에 연비 3억원...하루 유료 탑승객은 '50명' 수준 뚝↓

관광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황금버스를 이용한 탑승객은 외국인 737명, 내국인 492명 등 총 1229명. 세부적으로 보면 하루평균 65명의 내.외국인이 황금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는 1대, 21일부터 2대가 시범운영에 나섰고, 시범운영 기간 동안에는 무료로 운행됐다. 본격적으로 운영된 건 지난 1일부터. 일주일간 유료 탑승객은 총 313명 정도다.

유료로 전환한 후에는 하루 50명도 탑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협회 내부에서는 황금버스 사업에 대해 '순조롭다'는 평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합작한 2대의 황금버스에는 총 5억2000여만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운행.안내담당 8명의 임금과 홍보비 등 매년 3억5000만원의 운영비도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인 티켓가격도 기존 제주시티 투어버스 보다 240% 비싼 1만2000원으로 책정됐던 것.

2층 호화버스도 아닌 일반 좌석형 버스인 데다, 노선과 가이드 콘텐츠에 대한 차별성도 없는 상태에서 높게 책정된 티켓가격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호응을 끌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탑승객이 크게 늘지 않을 경우 돈 먹는 '유령버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관광협회 관계자는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여러 요구사항 등에 대한 개선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와 협회 각각의 홍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국과 포털사 등 중점적으로 공략해 탑승객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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