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유산답사회 20년 기념행사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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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유산답사회 20년 기념행사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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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영철 / 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장
고영철 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장. <헤드라인제주>

제주 역사유적 답사를 통하여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리고 소중한 제주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자 1994년 미약하게 시작했던 일이 어느덧 20년이 되어 기념행사를 치루게 되었습니다.

답사를 다니는 일은 길을 떠나 내력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이기에 찾아가서 인간이 살았던 삶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 옛날의 영광과 상처를 되새기고 나아가서 오늘의 나를 되물으면서 이웃을 생각하고 그 땅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문화유산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진정 제대로 관리하고 보존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유산 보호 현실은 너무나 초라합니다.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때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상당수의 문화유산이 우리의 무관심으로 무너지고 잊혀진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20년 전 문화유산 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239회의 답사에 참여했던 연인원이 4,000명을 헤아리게 되었고 찾아다닌 곳도 1,000곳이 넘습니다. 대정현 답사에서는 해안가에 있는 연대는 비교적 복원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반면, 산 정상에 위치한 봉수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훼손되고 멸실되고 흔적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 정말로 안타깝다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문화박물관 건입동 답사에서는 사라진 근대유산이 아쉬웠고, 함덕 해수욕장에서는 에메랄드 바다가 출렁이면서 시리디 시린 애절함을 느껴보았습니다. 서귀포시 중문 답사에서는 청정한 물은 흘러 흘러 세상을 정화할 것이요, 정화된 세상은 정이 솟는 샘으로 돌아오고, 다시는 물 때문에 고통 받는 민초가 없으리라는 희망을 품기도 하였습니다. 정의현에서는 왜구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유적을 답사하면서과 왜구가 침입했다고 소리쳐 보고, 군국주의에 대비하여 방어를 잘 하자는 결의도 하였으며, 해안선을 따라서 환해장성을 쌓는 민초들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문화재라고 하면 눈에 확실히 보이는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람이 다닌 흔적, 손길이 있었던 곳도 문화유산으로 간주하여 살펴보는 것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선흘 곶자왈과 조천리에서 느꼈습니다. 산과 들에만 문화유산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포구를 답사하면서 포구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해양문화재로 등재되기를 바랬습니다. 특히 삼양1동 설개포구나 위미3리 테웃개는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 가치가 대단히 큽니다. 청보리 넘실대는 가파도에서는 더 이상 가파도가 가도 그만 마라도 그만인 그런 섬이 아니고, 바람과 함께하는 사색하고 산책하는 섬이라는 소견과 함께 135기의 고인돌과 함께 바람을 몰아가며 산책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희망하였습니다.

이렇게 방어유적을 순회하였고, 열녀와 효자문화, 수로문화, 환해장성, 곶자왈과 같은 자연 문화유산, 일제강점기 공장과 같은 근대문화유산, 밭담과 관련한 농업 문화유산, 불턱과 포구와 같은 해양문화, 유배지와 관련된 유배 문화유산, 가정에 수도가 보급되기 전 물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연못들과 소길리, 장전리, 봉개동의 공동수도 물통, 제주도 곳곳에 퍼져있는 고인돌과 같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화유산이 있는 현장을 누비면서 현재와 과거 사이에 서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였습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빛을 잃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도민의 사랑을 이끌어내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으나 제주문화유산답사회가 나이만 먹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은 몸부림으로 시작하여 20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치밀하게 구성되어 운영되고 참으로 인간의 모든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운영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답사에도 지름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왕도는 없다고 봅니다. 성글게 얽혀 있는 문화유산을 한 순간에 안다는 것, 이름과 제목만 알아도 가슴속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본성을 알려면 그저 현장을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답사에 열중하면서 가슴아픈 일들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도대불, 방사탑(거욱대), 옛건물, 고인돌, 본향당, 선정비, 순직비, 마을성담, 초가사당 등 소중한 문화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립니다. 당국이 복원한다면서 원래의 모습과 다르게 창작해 버린 경우는 가슴이 아픈 것을 넘어 화가 납니다.

이제 청년 20살을 넘어 성인으로 들어서고자 2014년 1월12일『제주문화유산답사 20년』기념행사를 제주동초등학교 본관 4층에서 개최하고자 합니다. 오전에는 20년 기념답사를 진행하고, 오후에는 기념식과 특별강연회를 개최하고 부대 행사로써 문화유산답사 사진전, 20년 답사자료를 전시합니다.

회원들이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준비한 만큼 풍성하지는 않지만 제주의 문화유산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50년 아니 100년을 넘어 영원토록 현재와 과거 사이에서 끊임없이 대화하여 미래로 갈 방향을 제시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고귀한 가치를 공유하고 가꾸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염원을 담아서 준비하였습니다.

도민 여러분 누구나 오셔서 보시고 느끼시고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제주문화유산답사회 카페(cafe.daum.net/jejuhistory). <고영철 / 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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