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빌고 '사죄'하면서, '발언 팩트' 와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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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빌고 '사죄'하면서, '발언 팩트' 와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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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주 '돌출발언' 해명 기자회견, 왜 깔끔하지가 않을까
"10개월짜리 시장 비아냥 때문"...지지유도 발언도 안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근민 제주지사가 당선되어야 자신이 연임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돌출발언 파문이 있은지 나흘만인 3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초 예고된 시간보다 30분이 늦은 이날 오전 11시 서귀포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돌출발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회견 내내 그는 눈물까지 보이며 "어리석은 발언을 했다", "저는 철부지였습니다"는 등의 표현으로 자신을 한껏 낮추며 "용서를 빌고,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사과'와 '사죄', '반성'이라는 표현도 수차례 언급됐다.

또 자신의 행동에 위법사실이 있다면 용서를 빌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법적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적인 해명의 내용은 깔끔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우근민 지사와 연관된 '선거거래' 내용에 있어서만 '실존하지 않았던' 내용, 즉 자신이 지어낸 얘기로 결론을 맺었을 뿐, 이외 행사장에서 선거 지지유도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돌발발언'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시장이 인정한 것은 무엇이고,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뭘까.

그는 지난 29일 오후 7시 서울에서 열린 고교 동문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과정에서 내년 선거에서 우 지사가 당선되어야 자신도 서귀포시장직을 연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내년 6월 선거이고 저도 내년 6월말까지 임기입니다....(우 지사는) '나가 당선되면 너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니가 서귀포고등학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솔직히 이런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는게 발언의 팩트다.

여기에 서귀포시청에서 근무하는 서귀포고등학교 출신 공직자들의 승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 부분도 챙기겠다는 얘기는 물론, 심지어 자신이 시장직을 더 수행해야 각종 사업을 하는 동문들에게 계약을 하나라도 더 챙겨줄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내용은 엄연한 '팩트'이다. 이는 전후 문맥의 정황만 보더라도 공무원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상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내지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저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시장은 이 일련의 내용이 와전됐거나 자신이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하며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 '거래하고 왔다' 해명은?...'10개월짜리 시장' 비아냥 때문?

우선 첫번째 '내면적 거래를 하고 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어낸 얘기'로 해명했다. '10개월짜리 시장'이라는 비아냥에 자존심이 상해 돌발적으로 발언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행사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객석에서 '10개월짜리 시장'이 뭘할 수 있겠느냐는 수근거림이 제 시야에 들어왔고, 순간 제가 시장으로 부임한 후 일부에서 힘없는 10개월짜리 시장이라고 비아냥 대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도 제 머리를 스쳐 갔다"고 말했다.

'10개월짜리'란 말은 지난 8월14일 취임하면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임기가 10개월 여에 불과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한 전 시장은 "이에 저는 순간적으로 내가 힘없는 10개월짜리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축사를 마친 후 원고에 없는 내용으로 발언을 이어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발언 취지는 한마디로 제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10개월짜리 힘없는 시장이 아니라 시장직을 오래할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설명이었다"며 "이번 문제의 발언은 이 과정에서 기인된 제가 지어낸 과도하게 표현된 발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발언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내용 속에 포함된 '거래'는 실존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주변의 비아냥에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른스럽지 못하여 힘없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임명권자인 우근민 지사님의 명예를 들먹이며 제가 생각하던 가상의 돌발적인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다시한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로 인해 16만 서귀포시민을 포함한 60만 도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도지사의 신뢰와 명예를 실추시킨데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로서 백번 무릎을 끓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반성하겠다"면서, 발언취지 왜곡 주장?...뭘 반성?

하지만 '지지유도 발언'에 대해서는 의미 자체가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한 전 시장은 "'내년 6월 선거이고 저도 내년 6월말까지 임기입니다'라는 표현이나 '나가 당선되면 너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니가 서귀포고등학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솔직히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라는 발언 표현이 듣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실제로는 '지지유도'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말이 그렇듯이 목적이나 발언의 의도의 전후 사정을 어떻게 설명 하느냐에 따라 그 취지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번의 저의 발언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주장은 한낱 '변명'으로 들려온다는게 대체적 분위기다.

'내면적 거래'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장의 정황상 볼 때에도 충분히 내년 지방선거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될 뿐만 아니라, 이어진 '고교출신 공직자 승진'이나 동문들에 대한 '사업계약' 발언 부분은 이득을 줄테니 지지를 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전 시장은 "정치적 발언의 수위가 어떤 것인지 훈련되지 않아서 저는 잘 모릅니다"면서 '철부지' 개념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앞뒤 안맞는 말을 꺼내든 후, 화살을 언론에 겨냥했다.

그는 "제 발언 파장은 기자의 자의적인 녹취록 해석을 가지고 마치 제가 우근민 지사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유도한 것이 사실인 양 도민들이 확대 해석하거나 오인할 수 있도록 기사화된 것에 대해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 마저도 평소 저의 덕이 모자란 탓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끝 부분에는 '반성하겠다'고 하면서도, 전제 부분에서는 '반성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람' 처럼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오히려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사게 하고 있는 것이다.

◇ '깔끔하지 못한' 기자회견...선관위는 검찰고발

이날 첫 공식입장 표명 기자회견은 파문이 일기 시작한지 4일만이다.

지난 30일 우근민 지사가 전격 직위해제 조치를 할 때만 하더라도 개별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처구니 없는 말 실수", "지어낸 말"로 잠깐 언급했던 그가 뒤늦게 해명에 나서면서도 '깔끔함'을 주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한 전 시장의 해명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링위원회는 그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한 전 시장이 지지유도 발언이 아니라고 변명했던 부분에 혐의를 두고 고발한 것이다. 한 전 시장의 '지지유도 발언' 아니라는 취지의 이날 해명은 상당히 구차스럽게 다가온다.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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