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정책 '이노베이션', 도대체 이게 무슨 그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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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정책 '이노베이션', 도대체 이게 무슨 그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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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막무가내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체시험의 딜레마
메리트 없는 자체시험 왜 하려 하나?...관광현장 목소리는 왜 외면?

'이노베이션(Innovation)'. 낡은 방법을 버리고 새롭고 선진적인 방안을 도입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한다는 단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체적인 관광통역안내사 선발이 '제주관광 수용태세 이노베이션'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최선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야심차게 내세운 관광 이노베이션의 첫 번째 과제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현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도 미심쩍지만, 무엇보다 꼭 이 제도를 도입해야만 하는 '설득 논리'가 부족한 탓이다.

급증하는 중국인관광객을 수용하기에 제주지역의 전문인력이 턱 없이 모자라다는 도입 취지는 이미 부실한 논리가 들통났다. 무자격 가이드들에게 쫓겨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전문 관광안내사들의 수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그렇다면 제도 도입의 효율성을 따져봐야 할 때인데, 이 측면으로 접근해도 제주도의 계획은 영 마뜩찮다.

세부적인 보완이 이뤄지겠지만 가장 큰 줄기는 중앙부처인 문화관광체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을 일부 변경해 '제주도 자체적인 시험'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나와있는 내용을 토대로 보면 문체부에서 시행하는 시험의 기준인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국사 등 총 4개 과목에서 '국사' 과목을 '제주사'로 대체하게 된다.

그러나, 문체부가 실시하고 있는 관광안내사 시험에서 '국사'과목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격증을 취득한 한 관광안내사는 "과목당 60점을 넘기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데 국사 과목 때문에 시험에 떨어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사 과목을 제주사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메리트가 무엇인지 의문이 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난이도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국사에 비해 범위가 좁은 제주사의 난이도가 쉬워진다는 가정이다. 이런 경우 관광안내사의 기본 소양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조선족이나 중국 유학생, 불법 체류자 등 무자격 가이드로 횡행하고 있는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러 제주로 몰려올 수 있다는 것.

자격요건을 엄밀히 따진다 하더라도 문체부 관광안내사 시험에서 낙방한 응시생이 마지못해 제주시험에 응시하는 그림을 제주도가 바랐던 것은 아닐테다.

반대로 시험 난이도를 높이면 얼마나 많은 응시자가 몰려들지 불투명하다. 아무리 제주지역이 관광특구라 한들 과연 어느 누가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증보다 난이도가 높은 제주에서 시험을 응시하려 들까. 그것도 제주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자격증을 위해서.

결과적으로 제주도는 제주지역에 차별화된 맞춤형 관광안내사를 배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현 계획으로만 따지면 관광안내사들의 일자리를 제주지역에 한해 '가두는 것'에 불과하다.

야심찬 포부를 꺼내 놓았음에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한 반박 근거가 충분치 않으면 제주도의 행보는 '독불장군'일 뿐이다.

설령 도입 논리가 너무나 명쾌하다 치더라도 현재 일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관광안내사들의 목소리를 등한시하는 부분은 두고두고 문제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이미 거리시위, 기자회견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고 있는 제주지역 관광안내사들은 조례 재정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가 조례 개정 방침을 발표하기 전에라도 앞으로의 계획과 청사진을 현장 관광안내사들과 사전에 공유했더라면 이토록 문제가 커졌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가 출범되면서 고유의 권한으로 이양받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관광안내사의 자체적인 선발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를 들먹이기에는 제주도의 모양새가 꽤나 어쭙잖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만이 시행할 수 있는 시책은 거꾸로 말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만이 범할 수 있는 오류일수도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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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걱정 2012-10-08 18:51:47 | 61.***.***.249
지당하신 말씀뿐이시네요...이 정책을 시행하려면 제주 세금 16억이 소요된답니다...자격조건또한 제주에서만 1달이든 몇일이든 주민등록상에 주소지 제주로 등록되어있는 모든이들에게 주어진다는 이조건....이러다 제주도 중국땅되겠습니다...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