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끝난 들불축제, 왜 "실망" 터져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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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리에 끝난 들불축제, 왜 "실망" 터져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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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의 성공적 개최 이면의 '고질적 문제'
"돼지고기 한접시 4만원?"...엉망 교통수송체계..."아직도 2% 부족해!"

지난해의 묵은 액운을 날려보내고, 새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개최된 2012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당초 지난 2일로 계획됐던 개막행사는 기습한파와 폭설로 인해 취소되거나 축소됐지만, 제주시 당국의 많은 준비와 노력 끝에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오름 불놓기 등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활활 타오르는 새별오름,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를 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타오르는 오름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날씨 관계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번 축제는 '대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뒷끝이 개운치가 않다. 축제 본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축제장에서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불거져 나온 문제는 크게 두 가지.

그 중 하나는 축제장의 일부 음식점이 터무니 없이 가격을 높여 부르는 문제였다.

모 음식점의 주문표에는 음식이름과 수량을 적는 곳만 있었을 뿐, 가격은 나와 있지 않았다. 손님들이 무심결에 음식을 시켰지만, 나중에 계산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턱없이 비쌌던 것이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은 음식점의 대응 태도.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는 한 시민의 문제 제기에, 음식점 주인은 "적어놓으면 손님이 가격만 보고 그냥 나간다. 이 가격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일단 먹게 만든 뒤 계산하게 만들자'는 음식점의 태도에 뿔난 시민들은 계산할 때마다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시 당국도 축제기간 내내 줄곧 현장에 상주했기 때문에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흑돼지 바베큐 한접시에 4만원을 지불하라는 식당측 요구에 시민들의 민원을 산 일은 좀 심했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차라리 가격표라도 정확하게 붙이게끔 지도해 손님들에게 선택권이라도 줬더라면 모를까.

가격도 모르고 음식을 시켜 먹은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뒤늦게 안 음식값에 불만이 자연스레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올해도 '역시나' 실망을 안겨줬던 수송대책이다.

지난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시작된 이후 구제역 여파로 한해 거른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매해 행사가 끝날 때마다 똑같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월대보름 시기는 추위가 엄습하는 시기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오름 불놓기가 끝나면 8-9시로 늦은 밤 시간대다.

특히 새별오름은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지 보다 추위의 체감정도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행사장 주변에는 바람을 막아줄만한 변변한 시설도 없었다.

그런데도 교통수송 대책은 이번에도 엉망이었다. 무료 셔틀버스와 일반 시외버스가 시민들을 수송했다고 하지만, 체계적이지가 못했다.

오름 불놓기가 끝난 뒤인 저녁 8시께, 행사장 입구 맞은 편 제주시 방향 버스 승차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이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투입된 버스 대수 자체가 시민들을 실어 나르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시민들은 추위를 피할 곳도 없이 길게는 한 시간 정도를 추위에 떨어야 했다.

급기야 지나가는 일반 차량에 동승하기 위해 '히치 하이킹'을 하는 시민까지 생겨났다.

한 시간을 기다린 뒤 겨우 버스에 몸을 실었다는 이모씨는 "셔틀버스와 시외버스를 다른 곳에 정차시키던지 해야지, 이를 알지 못해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제주시는 올해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기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했으나, '2%의 부족'이 결국 성공적으로 진행된 행사의 만족도를 낮추고 말았다.

매번 예상되는 문제에 있어 대처했다는 것이 고작 이 정도인가.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축제에 참가했던 관광객과 시민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때까지 마지막 뒷정리를 깔끔히 했어야 했다.

그래야 좋은 추억과 함께 '좋았던 마음'이 오래 간직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들불축제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긴 줄을 이뤘다. <사진=제보자, 헤드라인제주>
들불축제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긴 줄을 이뤘다. <사진=제보자,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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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2012-02-06 09:22:10 | 119.***.***.26
2%부족이 아니라 축제(행사)문화는 아직도 멀었죠

공감 2012-02-06 08:38:19 | 122.***.***.216
언론의 이런 지적이 필요하다.제주 전언론 찬사 일색,문제점 지적은 헤드라인뿐 그날 버스 기다린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