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적응자들을 규합해 당(黨)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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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적응자들을 규합해 당(黨)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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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53>사회 부적응자들의 당(黨)

오늘부로 저의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연재를 맺고자 합니다. 이번호 원고까지 합치면 53회 연재에 원고지로 1천매가 넘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원고를 정리하자니 만감이 교차됩니다. 하지만, 인간사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낭떠러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계단’임을 알기에 오늘의 글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단계로 삼고자 합니다. 그간 연재해온 저의 글의 일관된 주제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희구希求를 좀 더 구체화해서 제시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회 부적응자들의 연대’입니다!

사회 부적응자!
이 탐욕과 탕진, 속도와 경쟁사회에서의 주체적 낙오자이거나 자발자 이탈자!
이 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과 강렬한 적응 욕구!
이 추악한 현실상황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염원을 간직하고 실천할 사람들의 연대입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그런 사회적 저능아들이 가끔 있어요. 저는 그 전부터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현실감각도 없고, 상황인식도 없고, 철없고 정신없는 소 리나 지껄이는게,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들은 오기에 몽니밖에 없는 게 아니 라, 그 학벌이나 자격들이 진짜인지 의심이 날 정도로 한없이 어리석고 답답해서 불쌍하기까지 해요. 잔뜩 촌스럽게 정의다 진실이다 떠들어대면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이라는 그 기본 생리도 파악이 안된 위인들이지요.”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 중에서

이렇게 단 몇 마디의 말로 깔아뭉개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이미,

어떤 때는 하는 짓이 지렁이 똥만도 못한 것들이 잔머리를 굴려 땅을 살립네, 공기를 청정하 게 보호합네, 강바닥을 긁어내고 강둑을 높여서 물길을 바로잡네……. 허풍을 떠는 데 그치지 않고, 온 생명체를 한꺼번에 도륙하는 아수라장을 만들면서도 그것을 허물로 여기기는커녕 자 랑거리로 내세운다. -윤구병 선생

자연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연을 원수처럼 정복의 대 상으로 여겨 자연의 리듬에 거슬리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 양 우쭐대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 연의 리듬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역사의 흐름도 막으려 들고 민심도 깔아뭉개려 들어 요. - 전우익 선생

이렇게 단 몇 마디의 말로 제압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오늘 누리는 이 ‘풍요로운 가난’을 청산하고 옛날 선조들이 지녔던 ‘가난한 풍요’ 를 되찾는다면 그건 문제가 아니지요. 시방 우리가 얼마나 낭비가 많아요? 세계의 큰 도시들 몇 개가 낭비해 없애는 것만 가지고도 전 지구의 기아 문제를 넉넉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잖아 요? -장일순 선생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 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 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 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다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 다. -법정 스님

이렇게 ‘저 자신과 평화를 이루고 사회에 적응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이 숨막힐 듯한 무한경쟁 체제를 거부하고 그 모든 죽이기를 반대하는, 생명과 평화 나눔과 배풂을 실천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그런 공동체 조직을 희구합니다.

지금 이곳, 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하면서 뜻 맞는 사람들을 찾아나가자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절대로 정치를 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는 배신과 야합의 이 현실정치 사회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다만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다운 사람들의 모임 정도로만 생각해 주십시오. 그 모임의 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인간적으로 평등하기. 청소부와 이야기하든 장관과 이야기하든 똑같이 대하기. 어조, 태 도, 말이 주는 느낌으로라도 인간을 차별하지 않기.
둘,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기. 일 못하는 할망해녀에게도 똑 같이 분배하듯 그렇게 과소유過所 有하지 않고 ‘알맞게 나누는’ 방식을 실천하고 생활하기.
셋, 자연스러워지기.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살기. 자 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가 화해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넷, 이름 없이 일하기. 돼지가 살이 찌면 빨리 죽고 사람이 이름이 나면 쉽게 망가진다. 人不 知 而不溫 不亦君子乎!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기!
다섯, 당당하기. 사람과 사회와 자연을 파괴하는 모든 세력들에 당당하게 저항하고 물리치기.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귓속의 귀에’ 죽음조차 당당하다고 그렇게 말하기.

당당하게
주눅들거나 구겨지지 않기
도드라지게 꾸미지 않아도 당당하게 아름답기
다랑쉬오름 같이 넉넉하기
가진 것 많지 않아도 나눠줄 마음 많기

일탈조차도 당당하게
흔들려도 주저앉지 않기

사람 사는 일은
자기중심과 원심력 그리고 관성의 관계구조
그러나 맨몸의 진정이 타자를 이끈다
언제나 당당하게 다시 시작하기

누가 뭐래도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 내기
제 고집대로 당당하게 죽어라고 살기
평생을 을궈먹을 고운 꿈 하나 간직하기
당당하게 사랑하기

그런 연후에
은빛 노을 하나 앞에 서서
당당하게 살았노라 죽음조차 당당하다고
그렇게 말하기
당당하게
- 졸시, 「당당하게」 전문

이제까지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저의 본색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저와 같은 ‘사회 부적응자들’을 규합해서 창당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저가 불쑥, ‘우리의 조직원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부탁할 때, 그대는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얼른 승낙해주시길! 그래서 새해 복도 지은 만큼 많이 받으시고, ‘국민총행복’이 충만한 그러한 세상이 되기를!

라다크의 상황과 인접한 히말라야 왕국의 상황은 인간의 복지를 돈의 관점에서만 정의하는 것 이 얼마나 잘못인가를 생생하게 예시한다. 두 경우 모두 생활수준은 대부분의 제3세계에 비해 서 실제로 매우 높다. 사람들은 자기네의 기본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키고,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미술과 음악을 즐기며, 가족 친구 여가활동을 위한 시간을 실제로 서구인들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 부탄의 국왕이 말한 것처럼, 한 사회의 복지의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 총행복’인 것이다.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중에서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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