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대학생 취업연수프로그램을 마치며
상태바
장애인대학생 취업연수프로그램을 마치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윤미의 사는이야기] (39) 마지막 방학 이벤트

2011년 8월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한 달이 되었던 것 같다.

방학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한다, 여행을 떠난다 하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들을 마냥 바라만 보며 지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이것저것 정말 무작정 들이대고 보는 배짱이 나도 모르게 샘솟아 오르니 말이다.

그렇게 배짱으로 지원서를 낸 것이 바로 제주도청에서 준비한 장애인대학생을 위한 취업 연수프로그램이다. 몸이 내말을 안 들어주는 형편이다 보니 딱히 할 만한 일이 없어 고민만 하던 내게 이 프로그램은 꿈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뭘 하게 될 건지 걱정과 고민을 하면서도 덜컥 지원서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7월 마지막 주에 도청에서 우리가 일하게 될 기관의 관계자들과 학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막상 연락을 받게 되자 심장이 두근두근……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게 된 날은 날씨도 화창했다. 마치 나의 이 두근거림을 격려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도청행사장에 도착해보니 내가 거의 꼴찌로 도착을 했나보다.
행사장 좌석에는 이미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배정된 자리로 가 앉고 연수프로그램을 주관한 도청의 관계자분들과 장애인학생들이 일하게 될 기관의 관계자분들이 모두 함께 한 자리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조촐하게 시작되었다.

우리가 일을 하게 될 기관은 제주도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복지시설로의 동료상담 프로그램을 계획했었지만 신청학생의 수가 적은 관계로 계획수정이 불가피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취업연수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에 따라 발견되는 새로운 제안들이 내년 장애인대학생 취업연수프로그램의 계획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에 우리의 어깨가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7월 4일부터 7월 29일까지 다니게 되었던 장애인대학생 취업연수생으로서의 20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에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별로 없었다. 몸을 움직이는 데 큰 문제가 없는 '뚜벅이(?)'이였더라면 사무실 청소라도 싹싹 했을 것이지만 오히려 일상신변의 문제까지도 직원분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야 했으니 말이다.

어느 직장에서나 늘 새로 들어오게 되는 직원이 겪는 흔한 막내둥이로서의 역할 대신 내가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 불편하면서도 또 어느 한편으로는 중증의 장애인인 내가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증의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일을 함에 있어 많은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직업을 해결하는 능력 또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근로능력에 대한 변별적인 사항을 사회는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변별적인 사항은 일을 못한다는 것으로 낙인찍어 '중증장애인은 일을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업무능력은 단지 비장애인과 똑같은 속도로 업무를 마칠 수 없다는 것뿐이지 업무의 이해능력이나 해결능력 등에 있어서 그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별적인 문제로 인한 직원간의 긴밀한 협력은 자칫 장애인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으로 오해될 우려가 상당히 높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는 세밀한 직능분석을 통한 중증장애인의 다양한 직업개발을 필요로 한다. 똑같은 직업이라 하더라도 분업화하거나 통합함으로서 새로운 직업모델의 창출을 통해 중증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업무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 수 있을 때만이 중증장애인의 자립이 비로소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장애인대학생들을 위한 취업연수프로그램은 그런 의미에서 도내의 장애인대학생들에게 직업을 탐색해보기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면 취업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아르바이트에서조차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은 장애인대학생들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이번 2011년 여름방학동안에 시행되었던 도내 장애인대학생을 위한 취업연수프로그램이 앞으로도 보다 더 안정된 직능개발과 장애인대학생의 욕구조사 등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는 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또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발전된 방향으로의 정책적인 보완을 통해 대학생활을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뿌리가 깊다.

장애인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 중증의 장애인이 직장인으로서, 또 경제인구로서 더 나아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우리 사회의 디딤돌이 되는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는 용을 쓰며 도망 다니는 길이긴 할 테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꿈꾸는 지상의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정당하게 일하고 번 돈으로 '세금을 내는 납세인'이 되어 보는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강윤미씨 그는...

   
강윤미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그 의 나이, 벌써 마흔을 훌쩍 넘었습니다. 늦깎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강윤미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