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핑계..."온지 한달밖에 안됐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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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핑계..."온지 한달밖에 안됐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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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변명거리가 된 공직사회 순환근무...무색해진 취지

최근 취재과정에서 으레 겪는 일이다. 관련 공무원에게 조금 껄끄럽겠다 싶은 질문을 던지면 곧잘 돌아오는 답변이 있다.

"제가 여기 온지 1달밖에 안돼서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문자 그대로 해당 부서에 인사발령을 받은지 1달도 채 안됐는데 내가 세세한 것까지 어떻게 알겠느냐는 항의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1달이 넘는 시간동안 업무파악을 제대로 못한 부분을 어쩔수 없었다는 듯이 늘어놓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동정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마치 '면죄부'인 것 마냥 남발하는 공무원들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얼마전 취재중 '이 부서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그런 것 까지는 모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맞섰던 모 계장급 공무원의 당당함은 절로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해당 업무를 맡은 직원도 발령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안에 대해 물어볼 만한 다른 이도 없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부서 공무원들에게 '혹시 이런 사업에 대해 들어봤느냐'고 물어보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쌓이는 업무량에 치이다보면 그럴수도 있겠거니 싶다가도,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허용해야 업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업무에 대해 잘 모르겠다던 해당 공무원이 과연 자신의 업무를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했는지도 의문이다.

스스로 만든 핑곗거리로 전문성을 잃어버린 행정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행정은 현재 일반직 공무원들을 순환 근무 시키고 있다. 다양한 행정경험을 쌓도록 유도해 여러 분야에 대해 파악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한 자리에 2년 이상 근무를 하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자로 제주특별자치도는 319명, 제주시는 278명, 서귀포시는 200명에 대한 전보 및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대부분의 부서에서 물갈이를 한 셈이다.

공무원 순환근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고인 물은 썪기 마련이고, 해당 직원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 다른 업무를 맡기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위와같은 핑계로 스스로 전문성을 잃어버린다면 순환근무를 하는데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계발이 전제되지 않은 순환근무는 업무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순환근무가 어떤 취지로 실시되고 있는지 공직사회 내부적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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