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번에 성적 몇 퍼(%)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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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번에 성적 몇 퍼(%)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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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남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이야기] <3> 청소년 캠프를 다녀와서

해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청소년들과 함께 캠프를 다녀옵니다. 올해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제주시 협재리에 있는 리조트에서 1박 2일 동안 캠프를 진행하였습니다.

학업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캠프는 잠시 일상에서의 짐을 벗고 자신들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자신들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요즘 우리 청소년들에게 1박 2일이라는 시간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을 위해 준비된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달콤한 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캠프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 약속장소에 아이들이 모이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진수, 오랜만이네!”
“샘~ 저 이번에 성적 올랐어요! 어제 성적표 나왔는데요, 조금만 더 하면 **퍼(%)될 수 있어요.”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진수가 내게 건넨 첫 인사는 성적이 올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터라 요즘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큰가봅니다. 그런 진수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조금 늦게 도착한 미경이도 자연스레 우리의 이야기에 함께하며 성적과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캠프 장소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아이들은 바삐 짐을 부리고 시원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서먹함은 어디로 갔는지 물놀이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어느 새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대부분이 학교생활이나 친구들,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였는데 어디선가 그 속에서 유독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너 몇 퍼(%) 나와?”
“지난 번에는 **퍼(%)였는데 이번에는 올라서 **퍼(%) 나왔어. 그래도 아직 많이 올려야해서 이번 방학에 놀지도 못하게 생겼어.”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역시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노는 게 최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고 있었는데 그 순간에도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늘 성적,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남아있나 봅니다.

물놀이와 레크레이션, 마린파크 체험활동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조차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교실에 들리고, 방과후 교실이 끝나면 공부방으로 어디로 향해 어두워 질 때쯤 집에 도착하면 지쳐서 숙제를 할 힘도 없다고 합니다.

이번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많은 아이들이 이보다 더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창 뛰어놀고 싶고, 친구들과 함께라면 심심할 틈이 없을 이 시기에 아이들은 보충수업을 받고 학원에 가고, 야간자습을 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방학은 아이들이 더위나 추위로 학업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시기에 학교를 쉬는 기간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 방학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거나 보충학원을 한 군데 더 다닐 수 있는 기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안타까운 점은 이 기간 동안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과 여유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의 방학생활과 성적이 한 뼘 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헤드라인제주>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는 방학이 되면 바다로 뛰어가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맡겨 바다와 함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산과 함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만든 추억들로 인해 반짝 반짝 빛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우리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학에는 모든 아이들이 빛나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가끔 꺼내어보고는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다음에 자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도 뜨거운 태양아래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빛나는 추억을 만들어 주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간직되길 바랍니다.<헤드라인제주>

<강철남 /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제주청소년지도사회 회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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