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수감, 그들은 왜 당당하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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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수감, 그들은 왜 당당하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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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고권일-송강호-최성희', 구속과 항변 이야기

고권일씨와 송강호씨가 17일 경찰에 구속됐다. 석달사이 해군기지 문제로 구속된 사람의 수가 이제 4명째로 늘어났다. 현재 구속 수감자만 3명이다.

4월6일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인 서귀포시 강정해안가에서 공사차량의 진입을 저지하던 영화평론가 양윤모씨가 구속된 후 목숨을 건 옥중단식투쟁을 벌이다 지난달 집행유예로 출소했다. 출소한 후에도 15일까지 병원에서 투쟁을 하다 요양차 마라도로 일시 거처를 옮긴 상황이다.

5월19일에는 평화운동가 최성희씨가 현수막을 철거하려는 시공사측에 맞서다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됐다. 8월5일 1심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구속된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적용된 죄명은 '업무방해'혐의.

이번에 구속된 고권일씨는 강정마을 출신으로, 현재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만화가인 그는 서울에서 일을 잠시 멈추고 고향 강정에 내려와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최일선에 나섰다.

'개척자들'이란 단체 소속으로 평화운동가인 송강호씨는 올해 강정으로 주소를 이전하고 그동안 해상시위 과정에서 몸을 던지며 해군기지 공사를 막아왔다. 지난달 해상시위에서는 해군 바지선에 오르던 중 추락하면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17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이들은 한결같이 "불법적인 해군기지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속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저는 요즘 행복합니다.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4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싸워오신 주민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그러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하고 함께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저는 '존경'이란 말은 '진실로 마음을 담아 인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그런 인사,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네는 것이 '존경'일 것입니다. 강정주민 여러분과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내신 분들 모두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또다시 전란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쟁'이라고 불리우는 '인간의 피를 먹고사는 짐승'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해군기지'는 그 '전쟁의 짐심'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전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제주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놓여져 있는 섬으로써 전략적 가치가 높은 만큼 '기지화'가 진행된다면 주변국들의 긴장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의 안보를 높이는 길은 제주도를 철통같은 요새로 만드는 것이 아닌, 비무장화하여 평화를 논의하고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여 군축을 논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길이 전쟁의 위협을 낮추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원하는 사람이며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며 아끼며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합니다.
- 중략-
비폭력투쟁을 4년넘게 해오신 강정주민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평화의 상징이자 메신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법정에서 저에게 어떠한 판단을 내리신다고 해도 제 양심이 제게 내리는 판결은 완벽한 '무죄'입니다.
또한 저의 영혼 또한 완벽한 '자유'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주어지든 어떠한 조건하에 제가 놓여지든 저는 해군기지 사업철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이나 행정력이 해군기지 사업추진과정상의 불법과 부당한 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준다면 저도 또한 물리력을 이용하여 해군기지 사업을 막지 않을 것이며, 여론과 정치권에 호소하는 형태로 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고권일-송강호씨 영장실질심사서 밝힌 변론서 中.

현재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는 고권일씨.

그는 접견을 온 지인들에게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지인들을 통해 정부에 전하는 메시지를 짤막하게 남겼다.

"정부가 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공권력과 무력을 사용한다면 제주와 강정 주민들로부터 영원히 반발을 살 것입니다. 진정 추진하고자 한다면 먼저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십시오."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왔던 것 몇 가지를 부탁 드리려고 합니다. 케이슨(부두 암벽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막아 주십시오. 화순에서 출발할 수 없도록 하든지 배와 카누를 더 많이 구해서 강정 앞 바다에서 막든지 반드시 케이슨을 막아내 주시기 바랍니다. 평화공원 공모는 계속 진행시켜주십시오."

지난 5월, 해군기지 공사현장의 길목에서 두러누워 항의를 하고 있는 송강호 박사(왼쪽)와 최성희씨. <헤드라인제주>
송강호 박사. <헤드라인제주>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헤드라인제주>
구속되기 직전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는 최성희씨. <헤드라인제주>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최성희씨(오른쪽). 그는 이 현수막을 지키려고 몸부림을 치다 결국 구속됐다. <헤드라인제주>

앞서 구속된 최성희씨는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는 현수막으로 유명하다. 구럼비 해안가에 들이닥친 시공사측의 시설물 철거 당시 끝까지 빼앗기지 않으려 저항한 것도 바로 이 현수막 때문이다.

공권력과 충돌이 일어나는 사이,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한컷의 사진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 역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말 못하는 연산호와 바닷속 생물들을 대신해 공사를 막은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10일 옥중에서 한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우리가 다가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산호 등 바닷속 말 못하는 생물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평화와 비폭력이란 원칙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것이 공부이든 소통이든 연대 등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일일이 이름을 나열하긴 어렵지만 부족한 저를 격려해 주시고 보이게, 보이지 않게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는데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된 3명, 그리고 앞전의 양윤모 영화평론가.

공권력은 이들의 인신구속을 통해 더 이상의 해군기지 공사 '방해'를 막아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 반대투쟁의 최일선에 서 있는 핵심적 인물들을 한명씩 법적 올가미로 가둬놓으며 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계산이 엿보인다.

시공사측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맞물려 이뤄진 이번 기습적인 연행과 구속수사가 비슷한 시점에서 이뤄진 것은 우연일까.

그러나 인신구속에 굴하지 않고 '정당성'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이들에게서, 공권력은 이번에도 '단죄'를 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인신은 구속시켰으나, 마음까지 굴복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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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된 영웅심 이젠 그만 2011-07-19 10:38:26 | 14.***.***.25
말할 면서 살기 위한 사람은 말못하는 샘물들을 다룰 수 있다. 조국의 평화와 수호를 위해서는 국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시설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국민과 도민의 한사람으로 당당히 말한다. 방해하는 자들은 허망된 영웅심으로 자연을 핑게 삼아 저지하여 국세를 손해시키는 죄악을 행하고 있다. 돌멩이 하나 안 건드리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짓어 살고 있나? 메연뿜는 자동차도 안타고 다니는자가 자연생명 운운하면 말이 되지. 반대운동하는 자들 운동비 출처를 추적해 봅써, 그 돈줄을 잘라서 배고파야 운동 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