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뚱형제의 책읽기] (6) 「르몽드세계사」와 만화 「원피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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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뚱형제의 책읽기] (6) 「르몽드세계사」와 만화 「원피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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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최서연,이주영 옮김

아이들 ‘나이에 맞는 책’, ‘수준에 맞는 책’이라는 규정이 필요한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한 적 있었다.

또 주변에서 ‘우리 애는 아이다운 책보다 너무 어른스러운 책을 좋아한다’ 며 고민하는 부모들을 본 적도 있고, 반대로 너무 유치한 책들만 본다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우리집에서만 해도 내가 당시 중학교 1학년인 큰애에게 「르몽드세계사」를 내밀었을 때 남편이 나의 과도한 책읽기에 대한 욕심이라 몰아붙였다.

그러자 나는 남편이 아이들과 동네 만화방에서 해적이야기를 다룬 일본만화 「원피스」를 시리즈로 빌려다 보며 푹 빠져 있는 것을 보며, '유치하게 폭력이 잔뜩 있는 만화를 본다'며 노골적으로 싫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르몽드세계사」에 대한 남편의 지적은 “재밌는 것도 있던데...” 하는 큰애의 한마디로 쑥 들어갔고, 만화 원피스에 대한 나의 반감은 원피스로 엮어진 세 부자의 끈끈한 연대에 꼬리를 내렸다.

르몽드 세계사는 분명 어른들이 읽기에도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성급히(^^) 큰애에게 내밀었을 때는 독서 영역을 사회과학으로 넓히고 있던 아이의 열의에 기댄 것도 사실이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아이가 다 읽기를, 혹은 다 이해할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렵지만 내용이 흥미로워서 아이가 읽기 버거우면 우리집에서 제일 책읽기를 하지 않는 나라도 봐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또 남편 취향의 책이기도 하여 누구라도 읽겠지 하고 망설임 없이 구입하였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관심밖에 있다가 어느날 보니 이리저리 집안에 굴러다니길래, 큰애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 흥미있는 부재를 골라서 짬짬이 읽었다고 했고, 어렵다고 무심히 대답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지구적 이슈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역학관계, 다양한 사회과학 용어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낮설어 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가끔 뉴스나 신문을 보다가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고 또 내가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남편이 지적한 ‘내 과도한 책읽기 욕심’이라는 의견은 접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의 관심과 무관하게 책을 들이대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들의 수준이나 흥미를 미리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책읽기의 중요한 환경은 아이들 생활 반경에 다양한 혹은 전문적인 책을 슬그머니 던져놓는 것이다.

만화 「원피스」의 경우도 그 책만 본다면 ‘악서’로 분류하고 싶지만, 이 책을 둘러싼 우리집 삼부자의 끈끈한 연대를 보면, 아이들 삶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웃음 지으며 추억할 거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춘기 때 몰래 읽던 빨간 책들이 우리 삶에 꼭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이들 성장과정에 맞춰서 적절하게 제시할만한 좋은 양서(良書)가 있고, 읽지 말았으면 하는 악서(惡書)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 그 책이 양서인가, 악서인가, 혹은 아이들 수준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책읽기를 둘러싼 상황, 또 그 책읽기가 초래한 결과라 생각한다.

르몽드 세계사와 원피스 사이에는 ‘책에 집중하느냐’ ‘책을 읽는 아이의 삶에 집중하느냐’ 하는 어른들의 시선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르몽드세계사」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최서연,이주영 옮김 |휴머니스트

는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라는 언론관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자매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국제관계 전문 시사지에서 발간한 책이다.

「르몽드세계사1」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이라는 부재로, 「르몽드세계사2」는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이라는 부재로 각각 100여 가지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기아, 불평등, 국제범죄, 테러, 민족분쟁, 신자유주의의 본질, 그리고 아시아가 만드는 새로운 국제 역학관계 등등.. 미국 입장에서 혹은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확실한 시각교정을 해준다.

특히 전문적이면서도 이해기 쉽게 구성된 통계자료,도표과 지도 등 그래픽자료를 통한 설명이 눈길을 끈다. 최근 ‘르몽드 환경아틀라스’가 시리즈로 발간되었다.<헤드라인제주>

강선영의 <홀뚱형제 책읽기>는...

   
강선영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두 아이 '홀뚱형제'의 책읽기를 10여년 지켜보면서 새삼 느낀게 있습니다. ‘아이들의 책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읽는 책’에 집중하게 될 정도로 너무 재미있고, 기발하면서, 감동적인 책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책에서 교훈을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털어내면, 아이들의 책읽기는 무한히 훌륭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웃음, 감동, 슬픔, 스릴 등 책읽기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홀뚱형제는 한마디로 “재밌어”로 일축하죠.  홀뚱형제가 추천하는 그 '재밌는 책들'... 독자들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4편까지의 글은 몇해전 이야기로, 글을 통해 소개한 홀뚱형제는 이제 사정이 좀 바뀌었습니다.(^^)

틈만 나면 책을 읽는 5학년 큰아이와 책읽기를 권하면 마지못해 '딱 한권만!'을 다짐하는 3학년 작은 아이는, 이제 여전히 달콤하게 책 읽는 중학교 2학년과 편독하긴 하지만 책과 아주 많이 친해진 초등 6학년이 되었습니다. 홀뚱형제인 것은 아직도 여전하구요.

참고로 홀뚱형제는 먹어도 살이 안찌는 형과 물만 먹어도 살찌는 동생을 지칭하는 말로 실제로 둘을 세워놓으면 참말로 가관입니다^^.
 

<강선영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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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2011-06-16 11:25:48 | 221.***.***.123
"홀뚱형제의 책읽기"라는 코너 명이 기대하게 하는, 무언가 모르게 색다른 관점에서의 서평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냥 평범한 일상 얘기가 중심이고 정작 책에 대한 얘기는 출판사에서 책 뒷표지에 홍보용으로 써 놓는 간략한 책소개 밖에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