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지사는 왜 느닷없이 '영리병원 한시적 도입'을 요청한 것일까?

우 지사는 20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정부와 국회 여야에 영리병원을 제주에 한해 한시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종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의 영리병원 관련 조항을 삭제 혹은 분리해 법안을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던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어서 논란을 사고 있다.

우 지사는 선거당시 영리병원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부정적 입장을 밝히다 취임 하면서부터는 '영리병원 논의 중단' 제안한 바 있다.

우 지사는 발언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저의 입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다가 "제주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된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조건부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부분에서도 "종전 김태환 도정 때의 입장과 다른게 뭐냐"는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국회에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에서 영리병원 관련 조항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는 여론층의 반발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다시 우 지사는 다시 한시적 도입을 공식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여러가지 전제가 붙어있다.

우선 영리병원의 진료분야를 서민들의 의료 이용과 마찰이 적은 분야인 성형, 피부미용, 건강검진, 임플란트 등 특화된 진료분야로 한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종전의 조건부 도입 제안의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두번째는 제주도에 한정해서 적용하고, 한시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우 지사는 "제주지역 한정시에는 향후 지정되는 의료특구 내에 유명병원을 유치해서 의료관광을 획기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제주도의 열악한 공공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귀포의료원의 시설확충 및 첨단의료장비의 보강 등 현대화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충족을 전제로 해 우 지사는 영리병원의 한시적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도민사회 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으로 반대여론이 결코 적지 않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우 지사가 새해 초반에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데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 지사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두차례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었으나 영리병원과 관련한 여야간 입장차, 그리고 정부측에서 영리병원과 관련된 규정을 포함한 법안처리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법안통과가 무산됐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영리병원 논란으로 인해 특별법 개정안의 처리가 계속해서 미뤄져서는 안된다는 절박함도 내비쳤다.

우 지사는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제주도 입장에서 중요한 해군기지 주변지역 지원근거, 국제학교 설립 등을 위한 시급히 처리해야 사안들이 담겨있다"면서 "늦어도 다음달 2월 임시국회에서는 특별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제주에 한해 한시적 허용'이란 전제로 해 요청을 하고, 이 내용을 갖고 국회 여야를 설득하면 특별법 국회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피력했다.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난해 제안했던 '영리병원 조항의 분리'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안이 정부와 국회에서 잘 받아들여질 것 같은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이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고 할 수 있으나, 영리병원을 바라보는 우 지사의 '시각'에 대한 의아스러움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시적' 혹은 '제주에 한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으나 이날 제안은 '허용'이라는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항 삭제'에서 '한시적 허용'으로 바뀐 방법적 측면의 전술이 전체적 제도의 변화를 초래하는 물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