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배려', "마음껏 예산 증액하세요"
상태바
이상한 '배려', "마음껏 예산 증액하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설] 부결됐던 예산안 '원안' 그대로 제출한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제276회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부결된 예산안을 다시 편성하는 과정에서, 전혀 손보지 않고 최초 원안 그대로의 내용을 도의회에 제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27일 개회하는 제278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재심사될 예정임에 따라, 제주자치도가 24일 오후 5시가 넘어 도의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지난 11월 초 제출된 원안 그대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오후 3시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당국은 수정할지, 원안 그대로 제출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었다.

다시 적정하게 수정할 내용을 수정한 다음 제출하면, 심의권을 가진 도의회에서 이를 조정하면 될 터인데 제주도의 분위기는 매우 신중해 보였다.그러나 곧이어 원안을 제출했다.

당초 수정된다면 우근민 제주지사가 지난 정례회 예산심사를 앞두고 "편성과정에서의 잘못"이라고 밝힌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사업비들이 전액 삭감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예산안에서는 이 해군기지 사업비 등이 모두 그대로 포함돼 있다.

스스로 잘못된 편성이라고까지 밝힌 사업비를 그대로 포함시켜 반영한 이유는 한마디로 도의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배려(?)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예산안을 임의적인 판단으로 섣불리 제출했다가 갈등이 다시 증폭될 것을 우려한 제주도당국은 그동안 조용히 여러가지 안을 준비해왔다.

표면적으로 불거진 쟁점은 언론사 등의 행사성 보조경비인 민간보조금의 내역을 수정할지 여부였다.

그러나 대외에 알려진 상황과는 달리 도의회 내부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 계수조정 과정에서 스포츠행사 사업비를 대거 증액시켜준 문화관광위원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셈이지만,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계수조정결과가 많았다는 얘기다.

행사성 경비 증액 문제로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는 문화관광위원회, 해군기지 삭감 예산을 갖고 증액편성한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증액된 사업비를 갖고 지역구 개발사업 등에 증액한 환경도시위원회 등은 재심사를 앞두고 내심 곤혹스러워 했다.

특히 이번에 재심사를 하게 될 경우 제주도가 예산안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따라 매우 '곤혹스러워' 할 상임위원회도 존재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다.

이 위원회에서는 지난 정례회 예산심사에서 해군기지 사업비가 편성된 것에 대해 크게 질타하며 이들 예산을 전액 삭감시켰었다.

그리고는 계수조정에서 강정마을 그린홈보급사업 및 강정마을 농어촌테마공원조성사업비 등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관련한 지방비 60억원 가량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이곳저곳의 사업비를 증액시키는데 사용됐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번에 제주도가 수정안이 아닌 '원안'을 제출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제주도당국이 이번에 해군기지 사업비를 예산안에서 제외했다면 민간보조금 외의 문제들이 표출되면서 도의회와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증액시키고자 하는 사업비는 많은데 해군기지 사업비를 빼어서 제출하면 증액분을 충당할 삭감명분 사업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예산이라면 빼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원안 그대로 예산안을 제출한 제주도당국.

이러한 제주도당국의 배려에 도의회는 '해군기지 예산편성의 잘못'을 다시 지적할까, 아니면 이번에는 침묵을 할까?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5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좋은신문 2010-12-27 13:51:25 | 175.***.***.9
부서에 열심히 돌아다니며 홍보팜플렛 돌리는 윤대표님의 발품이 곧 빛을 볼것이라 확신합니다. 좋은기사에 정열젓 모습에 감동

한직 공무원 2010-12-27 12:43:22 | 59.***.***.23
헤드라인제주의 분석기사는 언제 읽어도 일품.
정말 제대로 잘 짚은 해설기사입니다.
이런 뉴스들이 매일매일 나가면 머지않아 최고의 신문이 될것이라 믿습니다.
조만간 사무실 격려방문하겠습니다.

.늦은 밤 2010-12-26 19:54:56 | 49.***.***.218
불켜진 밤 헤드라인제주의 환한 간판이 눈부시더이다
간판 불빛보다 유리창으로 새어나오는 늦은 밤 일하는 모습들
제주언론의 희망을 봅니다

Good! 2010-12-25 19:34:16 | 49.***.***.126
헤드라인제주 쭈욱 살펴본 소감을 말하자면 메이저로 급부상 느낌

2010-12-25 14:26:33 | 49.***.***.109
좋은 분석기사
어쩜 명쾌하게 분석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