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의혹 A군의 죽음...교육청 "왕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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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의혹 A군의 죽음...교육청 "왕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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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이러니한 교육 당국의 '왕따' 정의

지난 13일 제주시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A군(14)이 중상을 입고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24일 끝내 숨졌다.

아파트 6층에서 추락,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돼 한동안 상태가 호전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태는 다시 악화됐고, 9시간의 긴 수술 끝에 결국 1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한 학생의 자살 기도를 두고 제주도내에서는 유난히 말이 많았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 기도라 보도한 반면, 교육 당국은 집단 따돌림이 아닌 성적 비관에 무게를 뒀었다.

24일 제주도교육청 생활지도 담당자의 언급에서 이 부분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 담당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왕따(집단 따돌림)인지 여부는 경찰 쪽에서도 확실히 말을 해주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자살 기도의 원인을) 왕따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A군의 추락 사고가 보도됐을 당시 제주도교육청은 "이 학생이 아토피가 굉장히 심해 몸에서 악취를 풍겨, 친구들이 그를 멀리했다고 보고받았다"고 전했었다.

"평소 성적이 좋았던 A군이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떨어져 힘들어 했을 것으로 보고있다"는 말도 덧붙였었다.

그때의 언급을 상기시켜 이 담당자에게 집단 따돌림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왕따가) 아닌 것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해당 중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 "왕따와 같은 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제주도교육청이 생각하는 '왕따'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왕따의 사전적 의미는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뤄 특정인을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인격적인 무시 또는 음해하는 언어적.신체적 일체의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때리고, 금품을 뺏고, 욕설을 해야만 왕따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토피에 따른 악취로 인해 친구들이 그를 멀리한다'는 충분히 왕따의 하나로 풀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A군의 죽음을 학교 내부의 문제인 '왕따'가 아니라, 개인적 문제인 '성적 비관'으로 몰고가려 했다.

자살 기도의 원인이 왕따로 판명되면 해당 학교는 물론, 교육 당국까지도 학생 위기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A군의 속마음은 그만이 알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의 끝에는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왕따는 당했지만 왕따를 한 학생은 없는 아이러니한 결과만이 남았다.

그리고 하루 빨리 이 사고를 무마시켜 모면하려는 교육 당국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씁쓸함만이 남는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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