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해고와 사라진 관리비,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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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해고와 사라진 관리비,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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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막농성 김춘열 우성아파트 노조지회장의 '항변'
"입주자대표회 실수로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21일 오후 6시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선 제주도내 노동탄압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29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제주지역 노조탄압 현안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노조탄압 대책위)'가 촛불집회를 가졌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제주의료원 노조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 대부분은 가슴에 우근민 제주도정의 노조탄압 방관을 비난하거나 제주의료원 노조탄압 해결을 촉구하는 글귀를 붙이고 있었다.

21일 오후 6시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선 제주도내 노동탄압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29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제주지역 노조탄압 현안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가 촛불집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이들 중 혼자만 다른 글귀를 붙이고 있는 사람이 있어 눈에 띈다. 바로 우성아파트 불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참가한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의 김춘열 지회장의 '외침'이다.

우성아파트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009년 아무런 이유없이 징계해고된 그는 현재 제주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고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

그가 해고된 후 잇따라 해고된 노조원들도 현재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원직복직한 상태이다.

노사간의 갈등이 거의 해결된 이런 상황에서 왜 그는 한달간 추운날씨 속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우성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 "어이없는 일방적인 해고통보...이게 무슨 일?"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우성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는 김 지회장은 지난해 10월 23일 우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갑작스런 징계해고 통보를 받았다. 징계사유는 장기수선계획 미수립과 안전관리계획 미수립 등 총 13개 항목. 사전 통보도 예고도 없는 일방적인 해고조치였다.

김 지회장에 대한 해고에 이어 우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우성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노조원 7명을 아파트 관리를 위탁업체에 위탁한다는 명목으로 전원 정리해고를 시키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춘열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장. <헤드라인제주>
김 지회장은 "당시 분명히 장기수선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 중이었고 사무실에도 이에 대한 분명한 서류가 존재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갖가지 핑게를 대며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김 지회장은 바로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는 올해 1월 26일 우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징계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했다. 이어 4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김춘열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장. <헤드라인제주>
조합원들 역시 지난 4월 제주지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으며 지난 8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 7명 전원이 원직복직했다. 그러나 김 지회장의 원직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어찌보면 김 지회장이 자신의 복직을 위해 천막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김 지회장이 해고된 후 그동안 지회장이 모아놓은 아파트 관리비 등이 사라졌으며 입주자대표회에서는 이를 충당하기위해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추가 관리비를 징수하거나 은행대출을 신청한 상태라고 한다.

김 지회장은 "이미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고 행정소송 역시 거의 승소가 확정된 상태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천막농성에 나선 것은 아파트 입주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잘못된 자금관리로 관리비와 퇴직금 사라져"

김 지회장은 해고될 당시 장기수선충당금 1억1000만원을 비롯해 직원들 퇴직금 2500여만원, 수선충당금 800여만원, 기타자금 등 약 1억5000만원 상당의 관리비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관리자금이 고갈돼 장기수선충당금만 남아있으며 직원들 퇴직금 등은 모두 사라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자대표회는 관리비를 충당하기 위해 입주자들에게 관리비를 추가로 징수하고 있으며, 장기수선충당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위해 입주자들에게 공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지회장은 장기수선충당금의 경우 해당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제가 나온 후 관리비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어이없이 자금이 운영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특히 현재 아파트관리를 위탁업체에 맡겨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청소용구 구입 등에 돈이 사용될 이유가 없는데 월 20만원 가량이 사용된 기록이 있고, 아파트 청소원 4명을 운영하면서 경비원 중 2명을 청소업무에 투입시켜 6명이 근무하는 것처럼 속인 후 인건비를 빼돌린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요."

김 지회장은 "이들 대표자회와 위탁업체의 경우 아파트 관리비를 자신들이 사용하고도 인계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에게 이중부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춘열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잘못된 관리비 사용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수입이 없어 대출받아 생활하는 형편...가족들이 큰 힘"

이렇게 증거들이 명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 지회장은 복직을 못하고 있다. 우성아파트 대표자회와 위탁업체가 관리비가 사라진 것을 김 지회장이 근무를 하면서 횡령을 했다고 소문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지회장은 "솔직히 누군가 조금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입주자대표회에서 철저하게 나와 민주노총에 대해 나쁜소문을 내고 있어 주민들이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탄했다.

어이없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지 1년이 넘은 지금 김 지회장은 생활비도 없어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남편의 몸이 않좋아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은 아직 학생이라 생활비를 벌어올 수 없어 수입이 거의 없다"면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부당해고로 인해 받지 못한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지만 그래도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해줘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 "행정에서 나서 우성아파트 현상에 대해 조사해야"

현재 김 지회장이 바라는 것은 행정에서 나서 우성아파트 사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입주자대표회와 위탁업체가 관리자금을 잘못 운영해 손해를 보고 있는 것과 이를 입주자들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관리와 책임의 의무가 있는 행정에서 손을 놓고 있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 우성아파트를 관리하는 위탁업체의 대표의 경우 다른 아파트의 관리소장도 함께 맡고 있는 등 주택법령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제주시 민원게시판을 통해 항의하기도 했지만 시에서는 단순한 시정조치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지금 이순간에도 우성아파트 입주자들은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채 다른이들의 실수로 인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제주도정 등 행정에서 직접 나서 이런 현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해 입주자들이 추가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입주자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천막농성에 함께 하고 있는 김 지회장. 

농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그의 '외침'은 얼마나 수용될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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