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새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예산안은 이달 중 열릴 차기 임시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을까?
16일과 17일 이틀간 열린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의 흐름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대립각만 더욱 날카롭게 세워지는 모습이다.
예산안이 부결처리된 파문의 책임을 제주도당국에 있음을 강조하는 도의회의 '자존심', 그리고 스포츠 행사 사업비의 증액은 부당함을 끝까지 항변하는 우근민 제주지사의 '배짱'.
이 자존심과 배짱이 한편으로는 '기 싸움'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우 지사의 유감표명에도 여전히 격앙된 의회
우 지사는 전날에 이어 17일에도 민간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한 확실한 '손질'의지를 천명했다. 물론 이날 발언은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먼저 보는 사람이 주인이고 힘센 사람이 주인이 아닌 정의사회를 구현해야 하며, 보조금 문제는 반드시 고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이번 도의회와 갈등이 불거진 내년도 예산의 민간보조금 증액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날 도정질문에서는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우 지사는 "이번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도정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처럼 외부에 비춰지고, 더불어 도의회와 대립하는 것처럼 비춰진 것은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은 차우진 제주도 경영기획실장이 삭발을 한 것을 두고 언급한 말이다.
우 지사는 "앞으로 더욱 도와 도의회가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제주의 과제에 대해 도전을 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왜 생긴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우 지사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도의회가 매우 격앙돼 있기 때문이다. 문대림 의장은 이번 정례회 본회의에서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제주도가 도의회를 '능멸'하고 있다며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논점이 '민간보조금 증액예산'으로 맞춰질 법도 한데, 제주도당국과 도의회는 왜 엇나가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이번 일련의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차이다.
제주도당국은 지난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무상급식 증액예산 등은 모두 수용했고, 단 한가지 '스포츠 행사 등 민간보조금 증액 부분'에 대해서만 부동의한 만큼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는 생각을 저변에 깔고 있다.
즉, "우리는 양보할 만큼 양보했는데, 도의회도 '민간보조금 증액' 부분을 양보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민사회 여론에 있어서도 논쟁의 초점이 "민간보조금 증액 과연 타당한가?"라는데 맞춰지길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도의회는 '민간보조금 증액 타당성'의 차원이 아니라, 일련의 상황에서 의회를 능멸하는 행위에 따른 대응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에 반발하여 고위 공직자가 '삭발'이라는 돌발적 상황을 표출한 점, 그리고 제주도당국의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꿔버린 점 등을 근본적 문제로 들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삭발에 대해서는 도의원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청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회운영위원장인 오영훈 의원이 16일 도정질문에서 제기한 본회의 직전 제주도당국과의 '협의'가 있었다고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오 의원의 질문 내용에 따르면, 지난 14일 본회의가 열리기 1시간 전쯤 제주도 고위공직자와 행정부지사간에 협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예결위 계수조정 결과의 3가지 쟁점을 놓고 협의를 했는데, 사실상 '동의'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돌아갔는데, 1시간 후에는 돌연 '부동의'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주도와 의회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이번 예산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보조금 증액의 타당성에만 초점이 맞췄더라면 제주도당국의 논리가 다소 유리해 보일 수도 있으나, 돌출행동의 적절성과 의회 경시라는 측면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막판 대타협이냐, 파국인가"
결국 이번 정례회가 끝난 후 차기 임시회에 돌입하기 직전 도당국과 의회는 싫든 좋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예산안의 논점이 '민간보조금 증액' 부분으로만 맞춰질 경우 의회에서도 여론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 표명 등으로 매듭될 수 있겠지만, 각론적으로 증액 예산 동의여부에 대한 합의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 지사가 민간보조금 증액부분에 대해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미 공론화되었기 때문에 우 지사쪽에서는 민간보조금 축소기조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 내부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춘광 의원에 이어, 박희수 의원, 그리고 방문추 의원 등이 언론사의 민간보조금 증액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 것이다.
막판 대타협이 이뤄질지, 아니면 파행으로 치달을지, 민간보조금 증액예산을 둘러싼 타결점을 놓고 의회는 의회대로, 도청은 도청대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엇갈리는 시각 속에서 도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헤드라인제주>
헤드러인의 던골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