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학교에 재정 인센티브...'당근'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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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학교에 재정 인센티브...'당근'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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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본교 통.폐합 20억원-분교장 폐지 10억원 등 인센티브 마련
일선 학교 "예산 낭비 우려...통.폐합 전에 지원했어야"...'반신반의'

저출산 경향과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초등학생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제주도내 초등학생 수는 2000년 4만6778명에서 올해 4만4024명으로 줄었다. 2015년에는 3만5000여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 읍.면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교 자체의 존폐 위기에 처한 학교도 수두룩하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이 되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 수는 2000년 5개교에서 올해 11개교로, 2015년에는 26개교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내 전체 초등학교 106개교의 24.5%에 달하는 수치다.

제주도교육청은 학생 수가 60명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정상적인 학년별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고, 교육격차가 발생해 교육 만족도가 저하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 교원이 부족해 교원 상호 간 수업연구, 학교자체 수업자료 개발 등에 대한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고 분석했다. 학급 교체도 어려울 뿐더러, 학생 간 관계가 고정돼 있어 폭넓은 대인관계 형성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교육청은 학생 수 60명 이하인 본교 또는 20명 이하인 분교장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재정 인센티브 지원책'을 마련했다.

# 교육청 "본교 통.폐합 20억, 분교장 폐지 10억 지원"

지난해 4월1일 기준 교육통계자료에 의해 수용계획을 전망한 결과, 2012년에는 본교 6곳, 분교장 3곳이 통.폐합된다. 올해 교육통계자료 기준 2013년에는 본교 3곳도 통.폐합 대상 학교가 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월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 규칙에 의거, 이들 학교에 재정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전액 자체 재원으로 충당되는 인센티브는 본교 통.폐합 시 20억원, 분교장 폐지 시 10억원, 분교장 개편 시 1억원 규모다.

폐지되는 학교 학생에게는 통학비와 통학버스를 비롯해 방과후 학교비, 수학여행비, 졸업앨범비, 교복, 현장 학습비 등이 지원된다.

폐지 학교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학생복지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금 일부를 적립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이와함께 역사관 시설물 유지, 운동장 포장 등 주민요구 사항과 교육환경개선에도 재정 지원이 투입된다.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및 학생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기로 했다.

제주도교육청 교육행정과 관계자는 "이 정책을 통해 수업 결손이 없어져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활동을 실시함에 따라 교육 만족도가 높아지고, 도-농 간 교육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주민 의견도 수렴하며 잘 짜여진 통.폐합 시나리오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 "인센티브 정책, 예산만 낭비되는 결과 초래할 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A모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1명으로, 통.폐합 대상 학교에서 '턱걸이'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이 1명만 모자라도 통.폐합 대상 학교가 되는 이 학교로선 제주도교육청의 인센티브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 학교 교장은 "통.폐합을 통해 다른 학교를 흡수하는 학교에서는 학생이나 교원 수가 조금 늘어나는 미미한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 '당하는' 학교에서는 아무리 재정 지원이 주어진다 한들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어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인센티브 정책이 예산만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차라리 통.폐합되기 전에 대상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서 자구책을 마련해주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청, 통.폐합학교 육성 추진계획 워크숍 마련

제주도교육청은 이같은 우려와 반발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차원에서 이날 오후 2시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 워크숍을 갖는다. 학생수 100명 이하 초등학교의 교장, 운영위원장, 리장, 동창회장 등이 참석한다.

제주도교육청 교육행정과 관계자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불가피성을 권고하고,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선까지 수용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통.폐합과 관련해 처음으로 갖는 자리인 만큼,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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