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위험해요!", 아찔한 '크레인'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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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위험해요!", 아찔한 '크레인'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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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초등학교 공사현장 '안전불감증' 실태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운동장.

하교시간이 다가오자 수 많은 어린이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운동장 한 켠에서는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게 뛰어놀 수 있도록 고무질 보도블록을 새로 까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멀뚱히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는 공사현장 인근의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각각의 장면만 놓고서는 문제될게 없어 보였던 두 장면이 겹치자 무언가 부조화스러운 그림이 연출됐다.

보도블록을 사람 키만큼 쌓아놓고 크레인을 이용해 힘겹게 옮기는 현장 인근에는 불과 2~3m 거리를 두고 어린이들이 뛰어다녔다.

잔뼈 굵은 인부들도 서로 "조심해!"를 연신 외쳐대는 통에 그 옆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어린이들을 지켜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절로 일었다.

놀이기구 위에 올라탄 어린이들, 멀뚱히 크레인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별다른 제지를 가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어린이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면 인근에 있는 인부들이 손으로 가로막기도 했지만, 충분히 위험요소가 다분한 상황이었다.

한 쪽에서 보도블록을 열심히 옮겨놓는 동안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옮겨진 블록을 열심히 심고 있었다. 이 또한 드릴이나 커터 등의 작업공구를 필요로 하는 고도의 작업.

공사와 관련한 작업 도구들이 방치돼있다. <헤드라인제주>
멀찌기 떨어진 곳에서 작업 중인 인부들. <헤드라인제주>

문제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인부들 뒤로 위험천만한 작업 도구들이 너무나 쉽게 방치돼 있었음에도 신경쓰는 이는 역시 없었다는 것이다.

전기코드까지 그대로 꼽혀있는 드릴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학생들은 주위를 맴돌았다. 10여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인부들은 위협이 되지 못했다.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 공사 현장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학교 내에서 어린이들이 위험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해당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크게 대수롭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서 "용역 업체에 이왕이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이용해 공사하고, 평일에 하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도록 당부했는데 그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특히 학생들에게도 매 조회시간이나 종례시간마다 공사 현장을 조심하라고 누누히 일러뒀지만 아이들이라 그런지 말을 듣지 않은 것 같다"며 "다음 부터 조심하도록 주의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직접 밝혔듯이 용역 업체에도 당부했고, 학생들에게도 매 시간마다 조심하라고 일러뒀는데도 생기는 위험요소들은 어떻게 설명할지 의문이 들었다.

보도블록을 나르는 크레인 옆의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적어도 학생들이 운동장에 몰리는 쉬는시간이나 하교시간을 피해서 작업을 한다던가, 여의치 않더라도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한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필요하겠건만 학교는 뒷짐을 졌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타 학교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동의하면서도 "학교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제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애꿎은 학생들만 불안에 떨어야 하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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